"정치오염, 올림픽 순수성을 상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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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로스앤젤레스올림픽을 80일 앞두고 소련의 돌연한 불참선언은 4년 후의 88서울올림픽 때도 재연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고 있으며 따라서 국내스포츠계에도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납득할만한 이유가 없는 소련의 LA올림픽 보이코트는 지난 모스크바올림픽대회 때 미국의 불참에 대한 보복 조치에 불과하다는 것이 국내외 지배적인 견해다. 당시 미국은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무력침공에 대한 항의 표시로 모스크바올림픽을 거부,「평화의지」 라는 뚜렷한 명분이 있었다.
한국도 물론 소의 팽창정책을 평화에 대한 중대한 위협으로 보고 모스크바올림픽에 불참했었다.
소련이 LA올림픽에 불참할 경우 북한을 비롯, 대부분의 동구공산권과 일부 친소아랍권 및 아프리카국가, 그리고 쿠바 등이 동조할 공산이 크다.
이에 따라 공산블록의 LA올림픽불참이 88년의 서울올림픽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가 우리의 가장 큰 관심거리다.
소련이 서울올림픽을 미소대결의 희생물로 삼을 가능성을 예견할 수 있다.
특히 한국의 국제적 지위향상을 시기한 북한이 서울올림픽의 원만한 개최를 방해하려는 줄기찬 책동을 포기하지 않고 있는 터여서 그러한 우려를 완전히 배제할 수가 없다.
따라서 뚜렷한 명분도 없이 소련이 LA올림픽을 보이코트하고 나선 마당이어서 미소관계의 개선이 없을 경우 서울올림픽 때도 그런 일이 되풀이 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소련이 한국과 직접적인 층돌이 없을 경우 서울올림픽마저 외면하는 것은 국제적 여론의 악화를 초래하게 될 것이므로 서울올림픽을 LA올림픽처럼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할 공산이 크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
결국 서울 올림픽은 북한의 책동도 하나의 만수가 되겠지만 향후 4년간 미소의 냉전 관계가 진전되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는 것이 국내스포츠계의 진단이다. 국내 체육관계자들의 말은 다음과 같다.
▲이영호 체육부장관=88서울올림픽은 아직 4년 반이라는 시간이 있으며 LA올림픽과는 별도의 문제이므로 소련의 LA올림픽 불참문제를 88대회와 연관시켜 확대 추구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지금까지의 조짐으로 보아 서울올림픽은 최다수국가가 참가하는 대회가 될 것으로 예상되며 또 그렇게 되도록 우리는 모든 노력을 경주할 방침이다.
▲정주영 대한올림픽위원회의원장 겸 체육회장=제3국의 NOC위원장으로서 논평하기가 조심스럽다.
그러나 세계각국은 정치적 이유를 초월, LA올림픽에 참가해야 할 것으로 믿는다.

<이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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