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아줌마] 부산 국제 패션쇼? 부산 국제 패션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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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 패션쇼 장면2=의상을 입은 모델들이 워킹을 한다. 무대 옆엔 바이어 대신 꽃다발을 한아름씩 안고 있는 사람들이 맨 앞줄에 앉아 있다. 쇼가 끝나고 무대 인사를 하러 나온 디자이너는 꽃을 든 사람에 에워싸여 인사를 하느라 정신이 없다.

외국에서 패션쇼는 비즈니스의 장이다. 패션쇼를 통해 다음 시즌의 경향을 확인하고 의상 구매에 들어가는 시스템이 자리 잡았다. 하지만 우리나라 패션쇼는 어떤가. 아직까지 시장 규모가 작아 컬렉션이 디자이너의 옷을 홍보하는 구실밖에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2일부터 4일까지 열린 국제 패션쇼 '프레타 포르테 부산'에서도 이런 차이는 역력했다. 외국 디자이너 6명과 서울에서 온 3명의 디자이너, 그리고 부산 출신 3명이 함께 한 이번 컬렉션에서 특히 부산 지역 디자이너들의 무대는 개인 작품 발표회 정도에 그쳐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이들의 무대는 부산시가 '지역 발전' 차원에서 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에서 열리는 행사에 당연히 부산 지역의 디자이너가 참가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시아 최고의 국제 영화제라는 '부산 국제영화제'가 반드시 부산 출신 감독의 영화를 상영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프레타 포르테 부산'은 한국에서 열리는 유일한 국제 컬렉션이라고 자랑하고 있다. 참가하는 외국 디자이너는 신진 위주여서 그다지 큰 쇼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들의 컬렉션은 한국 패션계에 자극을 주기엔 충분했다고 생각한다.

또 행사에 참가한 외국 디자이너들의 입을 빌려 한국의 패션을 홍보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파리에서 활동하는 중견 디자이너 베로니크 르로이가 전야제로 치러진 앙드레 김의 쇼를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말하는 것을 봐도 홍보 효과는 충분한 듯하다.

부산이 진정 아시아 최고의 패션 도시로 이름을 날리고 싶다면 부산이라는 지역색은 버려야 한다. 부산 지역 디자이너들의 '작품 발표회'를 고집하기보다는 오로지 실력을 통해 참가 디자이너들을 선별하고 국내외 바이어들과 언론을 상대로 적극적인 홍보 활동을 벌여 세계의 이목을 끌어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야만 홍보가 아닌 비즈니스가 이루어지는 진정한 국제적 패션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 것이다.

조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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