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생각은] 북한 '범죄행위' 엄격히 대응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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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동시에 이러한 대외정책 원칙이 향후 북한에 엄격히 적용될 것임을 밝힌 것으로, 그동안 위폐 제조, 마약 밀매 등 숱한 비행을 자행해 온 김정일 정권에 일침을 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미 미 재무부는 국내법에 의거, 위폐와 관련된 마카오 은행과 미 국내 은행의 거래를 중단시키는 등 대북 금융제재에 들어간 바 있다.

그런데 이에 대해 한국의 외교부가 '6자회담에 대한 영향'을 거론하며 강한 톤으로 미국에 유감을 표명해 파문이 일고 있다. 반기문 장관 이하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미 대사의 발언이 북한을 자극할 것을 우려해 미측에 자제를 요청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여러 모로 국가의 명분 있는 행동은 아니다.

우선 6자회담의 경우만 보더라도 11월 11일 폐막된 5차 회담의 결렬은 북한 측의 집요한 핵 개발 의지와 불성실한 태도에 기인한 것이었음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오히려 한국 정부가 중국과 함께 핵 포기와 연계되지 않은 대규모 대북 지원을 지속함으로써 미.일의 대북 경제제재 효과를 무력화시키고 결과적으로 북 입장을 강화시켜 협상 악화로 이어졌다는 것이 국내외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편 북 인권 문제도 이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확고한 결의다. 유엔총회의 결의안 채택에 이어 이달 들어 동시적으로 열리고 있는 인권 관련 국제회의와 교계(敎界) 집회는 북 인권 문제의 심각성을 말해 주고 있다.

정부는 '한반도의 특수관계' 또는 '한반도 평화가 먼저' 등의 구실을 내세워 '방관'으로 일관하고 있으나, 이런 논리는 국제적 고립을 자초할 뿐 설득력을 잃은 지 이미 오래다.

핵.인권 문제와 함께 북한이 자행하는 각종 '범죄행위'가 최근 새로운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제 핵, 인권, 범죄행위는 북한 관련 주요 3대 현안으로서 어느 하나도 양보하거나 소홀히 다룰 수 없는 독립적 사안이 되고 있다.

그러므로 '범죄행위'에 대한 미국의 원칙 있는 태도와 대북 금융제재가 북핵 협상의 장애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오히려 이를 구실로 미국의 압력을 모면하려는 북한의 전술을 경계해야 한다. 그러므로 외교부가 미 대사의 언급에 유감을 표명한 것은 적절한 행동은 아닌 것이다.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국제도덕과 규범을 준수한다면 북한 정권의 비행에 엄격한 태도로 임하여 국제사회의 보편적 시각과 행동에 동참해야 한다. 현재 한.미동맹은 '북한 요인'으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북한의 3대 현안에 대한 한.미의 기본 인식이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동맹은 현안에 공통된 인식과 접근에서 출발한다. '범죄 행각'을 상시 벌이는 정권을 자극할까봐 눈치 보는 태도로는 핵, 인권, 범죄 등의 산적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북한의 '범죄행위'를 거론하는 것은 6자회담과 별개 문제다. 한반도에서 점차 첨예화되고 있는 핵, 인권, 범죄행위 등 현안을 놓고, 노무현 정부가 '민족'의 이름하에 동맹보다 김정일 정권과의 공조를 우선시하는 정책을 계속할 때 한반도의 위기가 더욱 가속화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홍관희 안보전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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