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건」-등소평 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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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북경을 방문중인「레이건」미국대통령은 중공지도자들과 한반도 문제를 논의 했으나 새로운 진신을 보지는 못했다.
그는 28일 등소평과의 회담을 끝으로 북경의 최고 지도자들과 일련의 회담을 마쳤다.
이번 미-중공 회담에서 「레이건」은 남북한 직접 대화, 미국과 중공이 참가하는 4자 회담 개최, 남북한 군사훈련의 사전통보, 비무장지대의 무장철거를 요구했다.
그러나 중공 측은 한반도의 안정은 희망하나 그것은 3자 회담 개최, 연방제 평화통일, 미군 주한의 반대 등 북한측 방식을 통해서 가능하다고 말함으로써 종래의 공식적인 입장을 되풀이 한 것이다.
이것은 북한에 대한 공식지지, 한국과의 비공식 교류라는 현재의 한반도정책을 중공이 계속 유지한다는 것을 재확인한 것이다.
머지않아 호요방 이 평양을 방문하고 김일성은 모스크바를 방문하게 되어있어 중공으로서도 현재로서는 그 이상의 적극적인 태도표명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우리가 「레이건」의 중공방문에 희망을 걸면서도 큰 변화를 기대치 않은 것은 그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중공지도자들의 말 가운데서 중공은 한반도의 장기 안정을 희망하고 남북한 어느 일방의 무력점령은 반대하며 통일은 평화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한 점에 깊이 유의하는 바이다.
이것은 통일의 조속한 실현은 어렵더라도 평화와 안정은 기필코 이륙돼야 한다는 점을 지 적 한 것이다.
이 선평화, 후통일의 입장은 모든 것중의 최선은 아니지만 현재의 여건하에서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며 실현 가능성이 있는 최대치의 하나임엔 틀림없다.
그러나 한반도 통일의 중간 목표라할 수 있는 그 같은 평화와 안정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1차 적으로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이 해소 돼야한다.
이 같은 긴장 해소는「레이건」이 제안한 군사훈련의 사전통보, 중무장된 비무장지대 (DMZ)의 비무장화를 통해서 시작되고 남북대화를 통해서 발전돼야 한다는 것을 중공은 알아야 한다.
따라서 중공은 북한을 설득하여 DMZ를 중심으로 고조 돼 있는 군사적 긴장을 실질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길로 나오도록 유도할 것을 기대한다.
그것은 경제건설에 몸부림치는 중공자신과 북한에 다같이 유익한 길이라는 점에서 그렇게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레이건」방문 기간 중 중공은 「레이건」의 소련비난 발언을 삭제하여 보도하는 등 소련을 의식하여 매사에 신중했다.
이것은 미-중공협력관계의 윤곽과 소련과의 화해 회복을 희망하는 중공의 입장을 말해준다.
중공은 미국 등 서방으로부터 근대화 계획을 의한 기술·자본·물자를 지원 받는데 최대의 목표를 두면서 소련과는 적대 관계를 완화하려는 것이다.
중소관계가 쉽게 호전되기는 어렵겠지만 그러한 북방사회의 움직임이 한반도의 평화에 도움이 되도록 전개되기를 희망한다.
아울러 북한도 진정으로 경제건설과 통일을 바란다면 군사노선을 포기하고 개방정책으로 전환하여 남북대화와 협력에 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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