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는 추억으로 계속 남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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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언제부턴가 우리 생활이 많이 달라졌다. 패스트푸드를 좋아하고, 휴대전화를 분신처럼 들고 다니며 통신언어로 대화를 나누고….

편리하게 살기 위해 현대 문명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길들여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이렇게 길들여지는 동안 놓치는 것도 많다. 편지도 그 가운데 하나다.

초등학교 때 엄마와 편지노트를 만든 적이 있다. 공책 한 권에 서로 쓰고 싶은 이야기를 적어 주고받았다. 엄마에게 부탁을 하거나 혼나서 속상할 때도 그 공책을 자주 이용했다.

글로 쓰다보면 쑥스러워 하지 못했던 말도 쉽게 할 수 있었다. 또 엄마께서"사랑한다"는 말도 공책을 통해 자주 해주셨다.

그런데 중학교에 진학하고부터 공책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최근에 알아차렸다. 엄마와 휴대전화로 문자를 주고받으니 그동안 생각도 안 하고 있었던 것이다. 오늘 그 공책을 펼쳐보니 새삼 뭉클하다. 그때는 왜 그런 말을 했을까 후회도 들고, 나 자신이 조금은 성숙해진 것 같기도 하고.

편지는 이래서 좋은 것 같다. 시간이 흐른 뒤에도 추억으로 남을 수 있는 것. 컴퓨터를 끄고 그동안 하지 못했던 말을 적어 누구에겐가 감동어린 편지를 보내는 건 어떨까.

김성민 학생기자(서울 배화여중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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