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 생신날-이명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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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60세 회갑 큰상을 앞에하고 혼자 앉아계신 엄마의 모습은 젊어서 혼자몸이 되어 우리 3자매 키워온 단단한 버팀나무가 아니라 작고 가냘픈 한송이 코스모스 같기만했다.
대관령넘어 4시간여 고속버스 멀미에 시달려야만 만나볼수 있는 멀고 먼 서울만을 핑계삼아 『엄마, 올케랑 시내 나가셔서 맛있는 냉면 잡수셔요』하며 코맥힌 소리로 전화한통화 끝내면 어버이날 맞는 딸도리 다한듯 스스로 대견스러워하던 못난 딸.
이번에도 친정근처에 사는 동생한테 전화로만 엄마 좋아하시는 녹두적은 꼭하고 생선횟감은 수산시장가서 사야된다는등 나 혼자 효녀인듯 수선을 피우곤 생신전날에야 친정에 들어섰다.
낮에 얼굴 마주하고 있을때 두손 꼭맞잡고 『엄마,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세요.』한마디 못하고 울케랑 동생한테도 내가 해야할일까지 맡아 치르느라 너무 수고했다는 소리못한채 고속버스에 몸을 싣고보니 유리창으로 비치는 내얼굴에선 그냥 눈물이 줄줄 흐른다.
젊은시절 고생스럽게 지내시다 훌쩍 예순을 맞으신 엄마의 심정을 마흔을 바라보는 중년의 딸이 하루 한번이라도 생각한다면 1년 두어번 뵙는 어쩔수없는 사정이야 용서받을수있다손쳐도 가끔 전화통에만 매달리진 말아야 할텐데….
신혼시절 자주드리면 내 편지가 딸을 대한듯 눈물겹게 반갑다시던 당신의 말씀을 늘 염두에 두고 자주 문안편지를 띄워야 할텐데. 그러나 두아이 뒷시중에만 열중하다가 결국엔 이전의 내모습대로 되돌아설것 같아 마음이 번잡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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