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미국 지성의 상징 수전 손택 "나를 말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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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수전 손택의 말
수전 손택·조너선 콧 지음
김선형 옮김, 마음산책
216쪽, 1만4500원

미국 지성계의 스타 수전 손택(1933~2004)은 이 책에 실린 인터뷰가 진행된 1978년 무렵, 생의 중요한 시기를 거치고 있었다. 앞서 유방암 수술과 투병을 경험했고, 여기서 떠오른 사유를 바탕으로 탁월한 저작 『은유로서의 질병』의 집필을 막 끝냈다.

자연히 이를 비롯해 직전에 펴낸 『사진에 관하여』와 소설집 『나, 그리고 그밖의 것들』, 더 거슬러 초기의 에세이를 모은 『해석에 반대한다』에 이르기까지 이름난 여러 저작의 구상 과정이나 관련성이 인터뷰에 언급된다. 남들은 갓 글자를 배울 무렵부터 맹렬히 글을 썼다는 이 천재가 개인적 체험을 어떻게 철학적 사유로, 혹은 소설적 변주로 발전시켰는지 엿보게 하는 단초가 곳곳에 등장한다.

그뿐 아니다. 철학·문학·대중음악·영화를 아우르며 평론가·작가로 활약한 손택의 지적인 면모는 글이 아닌 말에서도 화려하게 번득인다. 그래서 만만하게 읽을 인터뷰는 아니지만, 손택에 친숙한 독자만 아니라 그의 세계를 새로 맛보려는 독자에게도 충분히 요긴할 인터뷰다. 파리·뉴욕, 두 도시에서 도합 12시간 분량으로 이어진 인터뷰는 당시 잡지 ‘롤링 스톤’에 일부가 실렸고, 전문은 손택의 사후 10년 가까이 흐른 2013년 처음 공개됐다.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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