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무대서 보여준 오페라의 참맛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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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오페라하면 번쩍이는 대형 무대를 연상한다.이러한 연상에 잘못이 있는 것은 아니다.그러나 지난3월27일부터 31일사이에 국립극장 소극장에 가본사람이면 오페라가 반드시 화려한 대형무대이어야되는것만은 아니라는것을 알게된다.
어두운대로 성격있는 소형부대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고,그러한 무대가 오히려 오페라의 새로운 맛을 보게 했다는 것이다.
소극장에서 단막 오페라 2편「페르골레지」의『하녀에서 마님으로』와「모차르트」의『바스티앙과 바스티엔』을 공연한 국립오페라단 제38회 정기공연은 문호단의 연출 때문에 더욱 흥미를 끌었다.
이 오페라를 처음으로 보는 관객이라고해도 그 내용을 확실히 알수있게하는 명료한 연출의 선을 그는 긋고 있었다.오페라 연출이 흔하지 않은 우리의 현실에서 문호단은 오페라 연출 전문가의출연은 반가운 일이다.
가벼운것을 무겁게,혹은 무거운 것을 가볍게 보기도 하는 그의 오페라를 향한 시각은 새롭다.음악의 템포와 연극의 템포를 동시에 아는 그에게서만 찾아지는 시각이 관객을 즐겁게 만든다.
급한대로 수원 시립교향악단(지휘 최승한)으로 공연을 치렀지만오페라가 제대로 발전하려면 오페라 전속 교향악단이 우리나라에서도 하루빨리 있어야 할것같다.
「페르골레지」에서보다 「모차르트」에서 노래와 오키스트러는 더 잘 맞지않는다.전속 오키스트러가 있어 많은 앙상블 연습을 했더라면 이런 일이 일어날 확률은 줄어들었을 것이다.
대규모의 출연진을 필요로하는 그랜드 오페라의 공연도 중요하겠지만,3명씩의 출연진으로도 충분히 오페라의 맛을 살릴 수 있는 단막오페라의 소극장 공연이 잦았으면하는 생각이다.
이단열.김대엽.이요훈.전상옹.박순복.최상성이 이번 공연을 위해서 수고한 성악가들인데 모두 자기가 가지고 있는 자리를 십분 발휘 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다만 그들의 음질이 좀 윤택했으면 싶었고, 음질이 좀 더 컸으면 싵었다.오페라 가수에게는 음악성도 중요하겠지만 우선 목소리가 절대적이다. 극장 하나 없는 동리에 극장 하나가 생겼을때동리사람들의 기쁨을 상상해본다.(서울대음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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