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배상문' 안 나오게 … 상무 골프단 계속 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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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허인회

“충성! 일병 허, 인, 회!”

 절도 있는 거수경례 속에 군기가 잔뜩 배어 있다. ‘게으른 천재’ 허인회(28)가 군 입대 후 180도 달라졌다. 15일 경북 문경의 국군체육부대에서 열린 JDX 상무 골프단 스폰서십 협약식에서 만난 장타왕 허인회는 “‘게으른 천재’라는 건 군에서 용납되지 않는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투어 2승에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최다 언더파(28언더파) 기록까지 갖고 있는 허인회는 프로 전향 후 가장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

 오는 10월 경북 문경에서 열리는 세계군인체육대회 출전을 앞두고 지난 2월 창설된 상무 골프단은 한시적으로 만들어졌다. 상무 골프단은 아마추어 2명과 프로골퍼 6명, 직업군인(여) 2명 등 총 10명으로 꾸려졌다. 하지만 세계군인체육대회가 끝난 이후엔 상무 골프단의 존속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다행히도 골프의류업체 JDX가 후원을 맡았고, KPGA도 적극 협조한다는 방침이어서 상무 골프단이 존속할 것이란 희망 어린 관측이 나오고 있다.

 상무 골프단 창단은 골프계의 오랜 숙원이었다. 국군체육부대에서 지난 2000년 골프가 빠진 이후 남자 골퍼들은 한창 나이에 운동을 중단하고 현역병으로 입대해야 했다. 배상문(29)처럼 병역을 기피하며 이탈하는 선수도 생겨났다.

 KPGA는 상무 골프단이 활성화되면 ‘제2의 배상문’이 나타날 가능성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 KPGA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상무 소속 프로골퍼 6명 전원이 올 시즌 투어 모든 대회에 출전할 수 있도록 허락했다. 국군체육부대 관계자는 “기업의 후원이 뒷받침 된다면 다른 종목처럼 골프도 유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귀띔했다.

 당장 10월 세계군인체육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게 선결 과제다. 골프 종목은 남녀 개인·단체전에서 총 4개의 금메달이 걸렸다. 허인회는 “프로 대회에서 경기력을 끌어올려 개인전 금메달을 꼭 따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박현빈(28)도 “금메달을 목에 걸고 화려하게 부활하겠다”고 말했다. 김무영(57) 상무 골프단 감독은 “남자는 금메달 2개를 싹쓸이 하는게 목표”라고 밝혔다. 김 감독은 “8명 중 6명만 출전할 수 있다. 선발전에서 탈락한 2명은 전방에 배치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상무 골프단은 7월까지 모두 12라운드의 평가전 성적을 합산해 대표 6명을 뽑는다.

문경=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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