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골프산업 '벙커' 탈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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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일본 경제가 회생하면서 1990년대 거품 붕괴과정에서 몰락했던 골프산업도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7일 블룸버그와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의 투자펀드 론스타가 대주주인 일본 최대의 골프장 운영업체인 퍼시픽골프 인터내셔널 홀딩스(이하 퍼시픽골프)는 전체 주식의 3분의 1인 35만7000주를 주당 11만2000엔에 공모해 400억 엔(약 3500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이 회사 주식은 15일 도쿄증시에서 거래된다. 일본 2위의 골프장 운영업체 어코디어의 대주주인 미국 투자은행 골드먼삭스도 내년 초 어코디어를 상장할 계획이다.

일본 골프장 회사가 기업 공개에 나서고 있는 것은 소비가 늘어나는 등 일본 경제가 장기불황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

로이터는 "소비 회복으로 일본 골프장의 회원권 가격이 상승하는 등 골프산업이 최악의 상태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골프장은 91년 이후 올 상반기까지 630개가 도산했다. 이 과정에서 론스타와 골드먼삭스가 상당수의 골프장을 헐값에 인수했다. 97개의 골프장을 소유한 론스타는 새로 만들려면 평균 70억 엔이 드는 골프장을 10억~20억 엔에 사들였다.

헐값 인수 시비에도 불구하고 론스타와 골드먼삭스는 일본 골프산업을 되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론스타는 골프장 인수 후 입장료를 낮추고, 시설 개.보수에 나서 많은 골퍼가 골프장을 찾도록 했다. 이에 따라 퍼시픽골프는 올해 627억 엔의 매출에 순이익만 30억 엔에 이를 전망이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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