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당이 할 일이 新黨싸움뿐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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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이 나라에 과연 집권 여당은 있는가. 민주당이 노무현 대통령 취임 이후 국정의 난제가 쌓였는 데도 지금까지 보인 행태는 신당 창당을 둘러싼 집안싸움뿐이어서 이런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내외의 불안요인이 갈수록 커지는데 집권 여당은 눈만 뜨면 신.구파의 당권싸움으로 지새우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초기의 개혁과 새로운 국정운영을 뒷받침해야 할 집권당이 오히려 정부의 발목을 잡으면서 국민 불안을 가중시키는 현실에 기가 찬다.

한화갑 전 대표가 최근 회견을 통해 "대통령이 바뀌었다고 대통령당을 만드는 것은 3류정치"라고 신당 창당파를 비판했다. 우리는 그의 이런 주장의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은 유보한다.

그러나 그가 새 정부 출범 1백일도 안 돼 위기가 거론되는 사태의 원인이 국민이 희망을 가질 만한 정책 부재, 원칙과 중심이 없는 국정운영과 함께 집권 여당의 분열에 있다고 분석한 것에는 설득력이 있다고 본다. 물론 그 또한 국정난맥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러나 그의 비판 발언 이후 신당 논의가 새 국면을 맞고 있는 데 주목한다. 분당(分黨) 가능성이 부쩍 커진 것이다. 민주당이 어떤 선택을 하건 그들의 자유다.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 신당을 만든다면서 지역문제가 논란의 중심에 자리하는 사실이 염려스럽긴 하지만 그것도 그들의 선택문제다.

문제는 여당 내분의 폭발 및 장기화가 경제위기와 사회갈등을 치유하려는 정부의 노력을 분산시키는 역기능으로 작용해 국정의 총체적 난맥을 부추기지나 않을까 하는 데 있다. 여당이 내부 갈등으로 날을 지새우니 국민 여론을 수렴해 국정에 반영해야 할 국회마저 마비상태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스스로 신당 논의를 점화한 盧대통령이 나설 때라고 우리는 본다. 대통령은 당정분리를 구실로 뒷전에 있을 게 아니라 신당문제를 조기에 매듭짓도록 지도력을 발휘해야 한다. 여당이 국가와 국민에게 더 이상 짐이 돼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