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공장 규제 확 푼다더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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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도장이 최대 800개나 필요하다는 골프장 건설 규제를 정부가 완화하겠나고 나서 기대를 많이 했었다. 문화관광부에서 일부 규제를 풀었지만 환경부 등의 핵심 규제가 남아 있기 때문에 업계 입장에선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골프장 건설업체 G사 김모 이사)

"공장부지가 모자라 같은 공단의 부도난 공장을 인수해 설비를 확충하려고 했는데 종업원이 300명을 넘는 대기업이라고 수도권 공장 증설이 안 된다고 해 포기했다. 규제를 완화한다고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별로 느낄 수 없다."(시화공단 T사 정모 차장)

정부가 삼성.LG그룹 등 주요 그룹의 실무자까지 참여한 규제개혁기획단을 지난해 8월 출범시키면서 여러 부처가 관련된 덩어리 규제의 개혁을 추진 중이지만 실적은 매우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획단은 활동이 끝나는 2006년 8월까지 이들 주요 규제에 대한 개선작업을 마치겠다고 발표했었다.

5일 총리실 규제개혁기획단에 따르면 기획단이 마련한 30개의 규제 개선안 중 작업이 완료된 것은 단 한 건(민간 SOC 투자에 대한 규제)뿐이다. 30개 개선안의 783개 세부 과제 중 이행된 것은 302건(38.5%)에 불과하다.

특히 창업 및 공장 설립 절차, 골프장 건설, 대형 유통점 입점 규제 등 8개 개선 과제는 계획대로라면 이미 개선작업을 마쳐야 했지만 아직 법령 정비를 끝내지 못했다.

주요 덩어리 규제 가운데 자연녹지 지역에 건립할 수 있는 대형 유통시설 부지 면적을 기존 1만㎡ 이하에서 3만㎡ 이하로 확대하려는 개선안은 재래시장과 중소 유통업체의 반발로 국회에 법안을 제출하지 못하고 보류된 상태다. 또 골프장 건설 규제의 경우 산지를 골프장 용도로 전용할 수 있는 세부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골프장 건설을 추진 중인 업체들에 혼선을 주고 있다.

정부가 규제 개선안을 마련해도 이를 집행하는 일선 행정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규제개혁기획단이 6월 실태 점검을 한 결과 공장 설립 규제 개선방안 17개 사항 중 9개는 지자체에 전파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무조정실 규제개혁조정관실은 규제개혁 체감도가 떨어지는 이유로 ▶규제개혁방안을 마련한 뒤 법령 개정 등 후속조치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점을 들었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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