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취업에 도움 못 주는 대학교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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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
경제부문 기자

서울 신천동 잠실고등학교는 지난 주말(11~12일) 연이틀 삼성·현대차 취업준비생들로 교내가 꽉 찼다. 11일엔 1400명이 현대차그룹 인·적성평가(HMAT)를, 12일에도 1000명이 삼성직무적성평가(SSAT)를 봤다.

 ‘바늘 구멍’이라는 말이 식상할 정도로 대학생들의 취업난이 계속되고 있다. 구직자들 입장에서 ‘괜찮은 일자리’ 찾기는 더욱 난망해질 듯 하다. 우선 삼성부터 ‘직무적합성 평가’라는 이름으로 서류 심사를 부활시킨다. 프로그래밍·기계작업 등 삼성의 주요 직무와 대학 전공 사이 연관성을 강조하겠다는 뜻이다. KB국민은행도 지난 하반기부터 이공계 전공자에게 가산점을 주기 시작했다. 그렇지 않아도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문과생 입장에선 울고 싶은 데 뺨을 때린 격이다.

 사실 취업난을 해결할 수 있는 돌파구는 있다. 교육이 확 바뀌면 된다. 구직자들이 대학교 4년 동안 직무와 연관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대학 커리큘럼을 재설계하는 길이다. 지금처럼 삼성·현대차에 목맨다고 해결될 취업난이 아닌 것이다. 그들이 100명, 200명 더 뽑으면 될 일이었다면 ‘취업 전쟁’은 아예 일어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제는 대학교를 비롯한 우리 교육이 학생들에게 스스로 살아가야 하는 방법을 가르쳐줘야 한다. ‘학문의 전당’이라는 이유로 대학이 인문계 중심 학제를 고수하는 동안 산업 현장은 정보통신기술(ICT)이 주도하는 ‘신 경제’로 빠르게 변환됐다. 100만 명이 넘는 취업준비생들은 대학과 실제 경제와의 괴리에서 ‘사회적 피해자’가 돼버렸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부의 미래』에서 “기업이 100마일로 달릴 때 교육은 20마일로 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중학교 때부터, 영국은 초등학교 때부터 코딩 교육을 실시한다. 그만큼 교육이 미래 세대를 위한 투자에 힘쓴다는 뜻이다. 우리 교육도 달라져야 한다. 20세 안팎인 대학 새내기들, 그리고 ‘10년 후 구직자’인 고등학생들에게까지 지금의 취업난을 대물림할 순 없다.

김영민 경제부문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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