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TV 『시민과 경찰…』 좌담프로 | 취지는 좋았으나 구성·진행 엉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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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근래 TV방송계에 두드러지 게 나타난 성향의 하나가 바로 특집 형식의 좌담 프로그램의 증가다. 대학생과 정부와의 대화에서부터 일기 시작한 토크 프로그램의 붐은 그간 사회의 엘리트 계층이며 현실비판 세력이기도 한 대학생층을 중심으로 경제·종교에서 복교생 문제·대학자율화에 이르기까지 그 폭을 넓혀 왔다.
MBC-TV가 16일 방영한 『시민과 경찰-한번 알아봅시다』는 그간 대학가에 머물러 있던 토크 프로그램을 범시민적 차원으로 확대, 발전시켰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시민과 「가깝고도 먼」것이 경찰이라고 생각할 때 처음으로 대화의 장을 마련한다는 근본 취지는 좋았으나 엉성한 구성·진행 부재로 시민과 경찰간의 이해를 돕는 다는 기획 의도는 전혀 살리지 못한 졸작이었다.
경찰의 불친절에서부터 과학 수사·미제 사건까지의 여러 문제를 2시간 동안 다루려 했던 제작자의 과욕은 오히려 중구난방식 대화만을 무성케 해 엉성항 구성이란 비판을 면키 어려웠다.
또한 최근 몇몇 토크 프로그램이 그랬듯이 이 프로그램 역시 사회자는 뒤편으로 물러 앉고 대화의 연결을 이어주는 가교역할만을 하고 있었는데 이 또한 질문과 답변이 「삼천포로 빠지는」 난센스를 빚고 말았다.
편집상의 미스도 겹쳐 안내양의 질문이 갑자기 끊어지고 자동차보험얘기가 튀어나오다가 프로의 끝부분에 다시 안내양의 질문이 이어지는 등 보는 이를 당황케 한 것도 프로의 흐름을 망가뜨린 한 원인이 됐다.
이 프로그램이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오히려 「한번 알아보자」는 식의 모호한 내용보다 「궁금증」, 「무엇이 문제인가」 등 주제를 축소시킨 것이 다 나은 방법이 아니었느냐는 생각이 든다.
한가지 앞으로 토크 프로를 제작할 때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대화나 방송에 잘 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을 감안, 체계있는 질문과 답변을 유도하는 한편 마이크 사용법 등을 미리 가르쳐 주는 제작측의 배려가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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