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한과 미국은 6자회담을 깨려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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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북한의 위조지폐 유포와 관련된 마카오의 한 중국계 은행에 대한 미국의 금융제재 문제를 논의키로 했던 9일의 북.미 뉴욕 접촉이 무산됐다. 북한은 11월 5차 6자회담에서 향후 뉴욕 접촉을 통해 이 문제를 '협상'하기로 미국과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 접촉은 '금융제재는 6자회담과 무관하다'는 점을 '설명'하기 위한 자리였다고 미국이 반박해 접점을 찾지 못한 것이다.

미국은 9월 북한이 이 은행을 통해 위조 달러를 유통시킨 것이 드러났다며 미국 금융기관이 이 은행과 거래하지 못하도록 했다. 그게 사실이라면 미국으로선 당연한 조치라 할 수 있다. 북한이 위조 달러 같은 범죄를 자행하고도 금융제재를 문제삼는다면 잘못이다. '본질 외의 엉뚱한 이슈를 던진 후 이를 철회하면서 이득을 얻으려는' 북한 특유의 협상술이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 북한 스스로 위조 달러에 대한 해명부터 해야 할 것이다. 더군다나 금융제재 문제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의 의제와는 거리가 멀다. 이 문제를 거론하면 할수록 자신들의 '범죄 혐의'가 더욱 부각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공동성명 발표 이후 미국의 대북 태도도 강경 기조를 띠고 있어 우려된다. 특히 협상파인 크리스토퍼 힐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마저 "무한정 협상 테이블에 앉아있을 수 없다"고 목청을 높였다. 예정됐던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마저 보류시켰다. 미국 언론도 지적하고 있지만, 공동성명에서 미국이 지나치게 양보했다고 불만을 가진 미 정부 내 강경파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원칙을 담은 6자회담 공동성명이 나온 지 두 달 반이 지났으나, 진전은커녕 악재만 터져나와 안타깝다. 이러다 6자회담이 좌초하고 북핵 문제 해결이 물건너가지 않을까 몹시 우려된다. 북한은 설득력이 없는 '미국의 금융제재 해제' 요구를 거둬들여야 한다. 미국도 과도한 대북 강경자세보다는 어떻게 하면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해 보다 심사숙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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