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범원도 시위진압 훈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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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서울시경 산하 23개 일선경찰서의 방범원 4천5백여명이 9일부터 방독면을 쓰고 최루탄을 투척하는등 다중범죄 진압훈련을 받고있다. 「초동진압태세 강화훈련」이란 이름의 이 방범원 집체훈련은 전례없던 일이다. 교육내용은 ▲방독면 착용 ▲가스탄 투척 ▲소화훈련 ▲기초진압훈련등으로 훈련시간은 하루2∼3시간씩이다.
이에대해 경찰측은 이 훈련이 사회혼란에 대비해 파출소를 지키기 위한 방호훈련일 뿐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일부에서는 시민들이 낸 방범비로 운영되는 방범원들이 이같은 훈련을 받는 것은 지역방범과 행인·환자후송등을 주임무로 하는 방범원 기본직무와 너무 동떨어진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9일 하오2시부터 3시30분까지 서울대교옆 여의도체육공원 야구장에서 14개 파출소소속 1백10명을 모아 훈련했다.
이들은 아래위 짙은 감청색의 방범원 근무복장으로 30분간 이론교육을 받은 후 방독면 착용·가스탄 투척에 대한 실습을 했다.
특히 이들은 야구공 크기만한 가스탄의 안전핀을 뽑고 앞 방향으로 던져 실제로 터뜨린 후 호흡법등 견디는 교육을 받기도 했다.
서울 태능경찰서는 9일 하오1시30분부터 4시10분까지 망우리 공동묘지 관리사무실 앞 공터에서 소속방범원 2백20여명을 대상으로 같은 훈련을 했다.
이 자리에 나온 방범원들중 일부는 파출소에 비치되어 있는 경찰관의 진압복을 입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또 동대문경찰서는 9일 1백97명이 하오1시30분부터 70분간 경찰서 3층강당에서 이론교육을 한 후 난지도 쓰레기 처리장으로 옮겨 실습을 했다.
이밖에 강서경찰서는 10일 1백60명이 감창동한강변 고수부지에서 훈련하고 구로겅찰서는 12일 1백50명이 구로전철역 앞 공터에서 훈련할 예정.
이에 대해 한 경찰간부는 『가두시위가 일어나 경찰관들이 모두 진압에 나갈 경우 파출소를 지키기 위해 방범원들에게 기본교육을 시키고 있다』고 밝히고 『특히 파출소에는 무기고가 있어 이를 지키는 것은 지역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방범원이 당연히 해야할 일로 보고 경찰서별로 훈련계획을 세워 교육토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9일하오 교육장에 나온 태능경찰서 방범원 이모씨(35)는 『13년간 방범원으로 근무했으나 이같은 훈련은 처음있는 일』이라며 의아해했다.

<방범원>
63년 각 동회에서 운영해오면 야경원제도를 경찰로 이관한 뒤 70년1월20일 치안본부지시에 의해 경찰서단위 방범협의회를 구성, 이들의 추천으로 경찰서장이 임명할 뿐 아직 아무런 법적근거나 신분보장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
범죄예방·절도등 현행범 검거, 술취한 행인이나 환자후송등 안전사고 처리 기타 주민을 위한 활동등 준경찰업무가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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