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책읽기] 비전이 명쾌합니까, 추진력은 있습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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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현대 리더에게 추가로 필요한 것이 있다면 시대변화를 읽고 사전에 대비할 수 있는 감수성과 선견지명이다. 이병철 회장은 모든 임직원의 반대를 무릅쓰고 반도체 사업을 일으킨 결과 오늘날의 삼성전자를 만들었다. 국가를 일으키려면 강철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포스코를 만든 박정희 대통령도 시대를 읽는 데 탁월성을 발휘한 사람이다.

시대와 관계없이 리더에게 공통으로 요구되는 능력은 비전을 만들고 그것을 구성원들에게 전파하는 능력이다. 이를 위해서는 세상을 읽고 미래를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별 볼일 없던 싱가포르를 오늘날의 선진국으로 만든 리콴유 수상이 그런 사람이다. 그가 만든 비전은 1, 2, 3, 4, 5였다. 한 사람의 부인, 두 명의 자녀를 두고, 방이 세 개인 집에서, 네 바퀴가 달린 자가용을 갖고, 주급 500달러 이상의 국가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내걸고 그를 실천했다. 그의 비전은 참으로 단순하고 명쾌하다. 커뮤니케이션 또한 명확했다.

비전만큼 중요한 게 실천력이다. 관념에 몰입하기보다 실제 일이 되게끔 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그 일을 추진하기 위한 프로세스를 알고, 로드맵을 그리고,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 적합한 자리에 배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면의 대표선수는 GE의 잭 웰치 회장이다. 그는 비전을 만들고 전파하는 데 많은 시간을 썼지만 이를 실천하기 위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실천하는 데도 엄청난 노력을 했다.

조직이 처한 상황, 업의 특성, 시대변화에 따라 리더의 역할은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리더십의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 솔선수범해 아랫사람의 모범이 되는 것, 모든 이를 공평하게 대하는 것, 투명하게 일을 처리하는 것, 적합한 사람을 적합한 자리에 배치해 그들이 최선을 다하도록 격려하는 것, 이런 것을 통해 신뢰를 획득하는 것이 리더십이다. 중요한 것은 처한 상황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다. 그것을 바탕으로 방향을 정하고, 일의 우선순위를 정해 하나하나 처리해 나가는 것이다. 그것이 리더십이다.

한근태(한스컨설팅 대표.서울과학종합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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