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kt 우완투수, 애어른같은 20살 야구소년 박세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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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웅 선수 [사진 일간스포츠]

"스무살 같지 않아요."

프로야구 kt 오른손투수 박세웅(20)은 애어른 같다는 평가를 받는다. 마운드에서 긴장하지 않고 자신의 공을 뿌려서다. 외국인선수 3명을 선발투수로 낙점한 조범현 kt 감독은 국내 선수 중 유일하게 박세웅에게 고정 선발 자리를 줬다. 1일 삼성전과 7일 SK전 결과는 각각 5이닝 4실점, 5이닝 3실점. 모두 패전을 기록했지만 박세웅은 좋은 투구내용을 선보였다. 수비와 타선의 도움만 받았다면 첫 승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었다.

박세웅은 180㎝, 80㎏의 호리호리한 체격이다. 구속은 140㎞대 초중반이지만 커브·슬라이더·체인지업을 모두 높은 수준으로 구사한다. 특히 지난해부터 좌타자를 상대하기 위해 던지기 시작한 서클체인지업은 매우 효과적이다. 체인지업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인 직구와의 투구폼 차도 크지 않다. 타자를 겁내지 않고 마운드에서 자기 템포를 유지한 채 던진다는 점도 돋보인다.

박세웅은 조용한 성격의 경상도 사나이다. 대구 출신인 그는 술과 담배도 하지 않고 운동에만 열심이다. 취미도 딱히 없는 이른바 '야구바보'다. "쉬는 시간이요? 그냥 있어요. 여자친구요? 나중에 야구를 잘 하면 좋은 여자친구를 만난다던데요"라고 말할 정도다. 프로 데뷔 후에도 아직까지 부모님이 야구장에 오는 걸 말렸단다. 멀리 수원까지 오시기 힘드니 대구에 갈 때 보면 된다는 이유다. 그러면서도 조범현 감독이 kt에 부임했을 때 대뜸 전화해 "축하드린다"고 말할 정도로 대범한 면도 있다.

학구열도 높다. 그는 지난 두 차례 대결에서 국내 정상급 투수인 윤성환(삼성)·김광현(SK)과 맞붙었다. 박세웅은 "어차피 투수와 싸우는 것은 아니지 않나. 부담은 없었다"며 "윤성환 선배는 좌우 코스를 잘 사용해 타자를 상대한다. 김광현 선배는 위기가 됐을 때 더 힘있는 공을 던진다. 배웠다"고 말했다. KIA전 때는 윤석민에게 다가가 궁금한 것을 물어보기도 했다.

가슴 속 한 곳에는 뜨거운 승부근성도 있다. 이재혁 kt 홍보팀 대리는 "지난해 세웅이가 퓨처스(2군) 북부리그 탈삼진왕을 목표로 세웠다. 매주 경쟁상대 기록까지 꼼꼼히 챙기면서 '오늘은 몇 개를 한다'고 과제를 세웠다. 욕심이 있는 친구"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그는 지난해 다승과 탈삼진에서 1위에 올랐다. 박세웅은 "주변에서 좋은 평가를 해주시는데 부담이 되지는 않는다. 5이닝을 막는 건 선발이 당연히 해야할 일이다. 앞으로도 출전하는 경기에서 잘 던지고 싶다"고 말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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