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릭스2' 깜짝 출연 프린스턴대 교수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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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2:리로디드'의 기세가 무섭다. 지난 주말 역대 최고 수치인 3백20여개 스크린에서 선보인 '매트릭스2'는 전편을 압도하는 화려한 액션과 아찔한 컴퓨터 그래픽을 앞세워 개봉 첫 주 전국 관객 1백20만명(서울 48만명)을 기록했다. 동.서양 철학, 현실과 가상의 경계 등 다양한 문화 코드를 스펙터클한 영상에 담은 '매트릭스'의 명성을 이어간 것이다.

그 '매트릭스2'의 카메오(깜짝 출연) 배우 한 명이 화제다. 앤디.래리 워쇼스키 형제 감독에게 영감을 준 것으로 알려진 미국 프린스턴대 종교학 교수 코널 웨스트(사진)다. 기계 군단의 밀물 공격을 받고 함락 위기에 놓인 인간 도시 시온의 상원의원 웨스트로 잠깐 얼굴을 비친 그가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전편에서 컴퓨터 해커였던 네오(키아누 리브스)가 보던 프랑스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의 저서'시뮬라크르와 시뮬라시옹'이 영화의 모티브가 된 것처럼 2편에선 코널 웨스트의 사상이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워쇼스키 형제는 웨스트를 찾아가 후편의 구성.내용 등을 토론했고, 직접 출연도 요청했다. 웨스트는 영화에서 "이해는 협동의 필수조건이 아니다"라며 단 한마디를 하지만 이 문구는 벌써 젊은이의 티셔츠에 새겨질 정도로 인기다.

하버드대를 졸업한 웨스트는 미국에서 '거리의 철학자'로 불릴 만큼 왕성한 대중활동을 하고 있다. 흑백.인종 간 편견, 남녀 차별, 경직된 종교 등을 강하게 비판해 왔으며, 2년 전 하버드대 재직 중엔 랩 음반을 발표하기도 했다. 워쇼스키 형제는 그의 책 '문제는 인종이다' '예언적 구원'을 탐독한 것으로 보도됐다.

웨스트는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매트릭스2'의 특징을 두 가지로 요약했다. 첫째, 기독교적 구원론의 비판이다. 예수처럼 인류의 유일한 구원자로 여겨졌던 네오의 성격이 2편에선 좀더 복잡해진다(이 부분은 기사로 밝히기 어렵다).

둘째, 다인종 캐스팅이다. 2편에선 주요 캐스팅이 흑인이며, 시온 거주민도 대부분 유색 인종이다(영화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는 문명 간 관용과 다양성 인정을 '매트릭스2'의 주제어로 꼽았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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