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아이는 ‘특별’하지 않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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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위크] 부모의 과대평가는 나르시시즘 키워… 애정표현이 자신감 높이는 데 더 효과적

자기 자식은 ‘다른 아이들보다 더 특별’하고 ‘인생에서 별도의 혜택을 누려야 한다’고 여기는 부모가 많다. 그런 부모는 보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뿐 아니라 이젠 더 자기중심적인 나르시시스트를 사회에 배출하는 요인으로 지목 받을지도 모른다.

네덜란드의 한 최신 연구 결과가 지난 3월 9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에 발표됐다. 나르시시즘(자아도취) 검사에서 부모로부터 과대평가 받은 아이가 또래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어린이는 자신이 남보다 더 특별하다는 부모의 말을 그대로 믿는다. 그것이 아이 자신에게나 사회에 바람직하지 않을 수도 있다.” 논문 공동 작성자인 브래드 부시먼 오하이오 주립대학 교수의 진단이다.

자기 자녀가 또래에 비해 얼마나 특별한지 말해주면 아이의 자신감이 커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부모가 적지 않다고 에디 브러멜먼이 지적했다. 논문의 또 다른 작성자인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대학 박사후 연구원이다. 그러나 나르시시즘은 단순히 자신감의 더 극단적인 형태가 아니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자신이 남들보다 낫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나르시시스트 성향이 강한 아이가 반드시 더 큰 자신감을 보이지는 않았다.

“과대평가 관행이 자존감을 높이기보다는 의도하지 않게 나르시시즘 수준을 높일지도 모른다”고 브러멜먼이 말했다.

연구팀은 조사 초반 7~11세의 네덜란드 어린이 565명을 2년에 걸쳐 평가했다. 부모에게 “내 아이는 다른 아이들의 모범이 될 만한 좋은 본보기” 같은 묘사에 얼마나 동의하는지, 그리고 ‘닐 암스트롱’ 같은 각종 역사·문화적 인물과 주제에 관한 지식을 갖고 있으리라고 보는지 물었다. 나중에는 ‘앨버타 여왕’ 같은 완전 허구의 인물과 주제도 끼워 넣기 시작했다. 작은 나르시시스트를 키우는 부모가 종종 거기에 말려들곤 했다.

“과대평가하는 부모들은 자기 자식이 이처럼 존재하지도 않는 사실을 포함해 다양한 지식을 갖췄다고 주장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브러멜먼이 말했다.

부모의 ‘과대평가’는 유아독존형 자녀와 관계가 깊었지만 따뜻한 사랑은 그와 무관했다. 사랑한다는 말로 애정을 표현하면서도 ‘과대평가’하지 않은 부모의 자녀는 “한 인간으로서 자신에게 만족하며 자신과 같은 사람들을 좋아한다”는 평가에 동의하는 비율이 더 높았다. 요컨대 유아독존형이 아니라 자신감 높은 아이와 더 깊은 연관성을 갖는 요인은 부모의 애정인 듯하다. 애정표현이 자녀의 건강한 자신감을 키우는 열쇠라고 연구팀은 결론 지었다.

세 자녀의 아버지인 부시먼 교수는 이번 연구로 자신의 양육 스타일을 되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1990년대 처음 이 연구를 시작할 때 내 아이는 엄청 특별한 것처럼 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그렇게 대하지 않으려고 조심한다.”

글=조 슐렌저 뉴스위크 기자
번역=차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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