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영국 소녀 17살 일기로 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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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더 좋은 집으로 이사하는 것. 다음 방으로 가는 것일 뿐. 우리는 늘 있던 자리에 있다.”

희귀병인 선천성 조로증을 앓던 영국 소녀 헤일리 오카인스가 생전에 남긴 시의 한 구절이다. BBC방송과 텔레그래프는 오카인스가 지난 2일 17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고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망 당시 그의 신체 나이는 104살이었다.

'100세 노인의 몸을 가진 10대 소녀'로 알려진 오카인스는 일반인보다 노화 속도가 8배 빠른 병을 앓고 있었다. 그는 극심한 관절염으로 진통제 수십 알을 먹으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다. 14살 때는 자서전 『나이보다 일찍 늙기』를 펴내 조로증을 세상에 알리고 환자들을 위한 기금 마련에 힘써왔다. 지난해는 대학에 진학해 언론학을 공부하며 『마음은 젊다(Young at Heart)』라는 두 번째 책을 냈다.

오카인스의 어머니가 공개한 그녀의 버킷리스트에는 전세계 여행하기, 돌고래와 수영하기, 좋아하는 밴드의 라이브 공연 듣기, 찰스 왕세자 만나기, 가수 저스틴 비버 만나기 같은 10대 소녀다운 소망이 담겨 있었다. 13살 생일 때 그녀를 깜짝 방문했던 저스틴 비버는 4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평화롭게 잠들기를 바란다(RIP)"고 애도를 표했다. 오카인스 어머니는 그녀를 화장한 후 유골을 다이아몬드 반지로 만들어 영원히 함께 할 계획이다.

미국 조로증연구재단 측은 “오카인스는 조로증 치료약 임상실험과 연구에 크게 기여했다”며 “우리 마음에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로증 환자는 성장이 느려지고 머리카락이 빠지는 증상을 보이다 대부분 13세를 전후해 사망한다. 전세계 조로증 환자는 120여 명으로 추산되며 아직까지 치료약이 개발되지 않았다.

정원엽 기자 wanab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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