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교양] '도둑의 문화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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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의 문화사/도둑연구회(와타나베 마사미 외) 지음/송현아 옮김, 이마고, 1만3천원

불문학.영문학.중국사.프랑스 중세사.민속학을 각각 전공한 다섯명의 일본 고치대 교수가 '도둑질'을 역사.문화적 맥락에서 분석한 책. 이들은 도둑연구회라는 모임까지 만들고 연구 결과를 신문에 연재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불을 훔쳐 인간에게 준 그리스 신화 속 프로메테우스는 전형적인 트릭스터(사기꾼.책략가)지만 도둑질한 물건을 필요한 이들에게 증여한다는 측면에서는 절대권력에 대항하는 의적과도 비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 전통극 가부키에도 등장하는 에도시대 의적 니혼 자에몬, 팡토마.뤼팽.비도크 등 프랑스의 괴도의 행적과 도둑이 활동하던 사회상, 작품이 쓰여진 시대 배경들을 설명한다.

재미있는 주제지만 일본인들의 모방 기술을 '문화란 본질적으로 훔치는 행위'라며 전통에 얽매이지 않는 왕성한 호기심의 결과로 보는 부분 등은 자의적 해석으로 여겨지며, 잡학사전식으로 정보에만 치중하고 있어 아쉽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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