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읽는 출판] 자기관리書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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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이후부터 한창 주가가 높던 경제경영서가 최근 들어 주춤한 상태지만 유독 자기관리서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2000년을 1백%로 볼 때 2002년에는 1백53% 정도 판매부수가 증가했다.

물론 각종 경제지표를 들여다보면 자기관리서의 약진은 필연적이다 싶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4월 중 20~29세 청년 실업률은 전년보다 0.8% 높아졌고, 50대 실업자 역시 5천명 가량 증가했다.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휴학과 어학연수 혹은 고시에 집착하는 20대 대졸자들이나 조기 명예퇴직으로 심각한 노후문제와 가정 파탄 등 어려움에 직면한 50대 가장들의 사회적 문제가 심각하다.

하지만 이런 심리적 압박감은 모든 세대를 짓누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기불황, 기업의 업무 구조 변화, 종신 고용제의 폐지 등 사회적 조건하에서 개인의 미래란 불투명하기 그지없다.

독자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는 경제경영서들을 살펴보면 이런 심리가 책에서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지 살필 수 있다. 우선 안전하고 수익성 높은 평생 직업을 보장한다는 성공신화를 담은 네트워크 마케팅 관련서가 2001~2002년에 지속적으로 성장세다.

IT산업에 대한 기대가 절정에 달하자 직장이탈 바람이 거셌던 2000년에 조직관리서들이 쏟아졌다면 최근에는 피터 드러커의 '프로페셔널의 조건'(청림출판)이나 맥스웰 몰츠의 '성공의 법칙'(비즈니스북스)처럼 개인을 성공으로 이끄는 경력관리 지침서가 판매 호조다.

최근 특징 중 또 하나는 성에 대한 관심이나 정체성을 진단하는 역할을 담당했던 심리학 에세이들이 사회와 대상에 대한 이해를 돕는 자기관리서의 수단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설득의 심리학'(21세기북스), '소비의 심리학'(세종서적), '유혹의 기술'(이마고) 등이 모두 이런 유형이다.

1990년대 중반 가치관의 혼란 속에서 심리 에세이가 20대 여성을 위한 상담과 치료기능을 담당했다면 불안정한 사회 속의 대중에게도 치료기능으로서 심리학적 관점을 유지한 마케팅, 처세, 화술서 등이 필요한 듯하다.

결국 다양한 자기관리서의 등장과 성장은 그간 유지됐던 조직과 회사 중심의 사고가 개인 중심으로 옮겨지며 겪는 진통의 강도를 보여주는 현상이다.

한미화(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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