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남한 선교사를 간첩으로 몰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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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중국에서 선교사로 활동해온 우리 국민 1명 등 2명을 간첩으로 몰아 체포했다. 정부는 북한이 억류한 우리 국민 2명에게 가족과 변호인의 접견을 허용하고 송환하라고 요구했다.

27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 국가안전보위부(우리의 국가정보원에 해당)는 중국에서 거주해온 김국기(61·선교사)씨와 최춘길(52)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고 발표했다.통신은 "반공화국 정탐·모략행위를 감행하다 적발·체포된 괴뢰(남한을 지칭)정보원 간첩 김국기·최춘길의 국내외 기자회견이 26일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렸다"고 전했다.

보위부는 "(두 사람이) 미국과 괴뢰 정보기관의 배후 조종과 지령 밑에 가장 비열하고 음모적인 암살 수법으로 최고수뇌부를 어째보려고 날뛴 극악한 테러분자들"이라고 주장했다.보위부는 또 "(두 사람이) 주로 조선족·화교·북한 사사여행자(보따리상) 등을 접촉해 정보를 수집했다"면서 "돈 몇푼 때문에 간첩질을 하고 있는 외국 국적자들에게도 준엄한 심판을 내릴 것을 경고한다"고 덧붙였다.

김 씨는 진술을 통해 "1954년 대전에서 태어나 2003년부터 중국 단둥(단동)에서 거주했다"고 밝혔고, 최 씨는 "59년생으로 춘천에서 태어나 비슷한 시기부터 중국에서 살았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중국에서 남한의 국가정보원 요원에게 매수돼 북한 정보를 수집·제공하거나 북한 체제를 비방하는 활동을 펼쳤다고 보위부는 주장했다. 기자회견에서 김 씨는 "2010년 북한 최고지도부가 철도로 중국을 방문할 수 있다는 지령을 받고 관련 정보를 제공했다.국가테러행위로서 가장 엄중한 범죄라는 것을 인정하고 정식으로 사죄한다"고 말한 것으로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김 씨는 또 북핵 관련 자료를 남한에 제공하고 북한 화폐를 위조하는 범죄도 저질렀다고 시인했다고 통신이 전했다. 최 씨는 국방자료 제공, 간첩사건 조작, 위조달러 제공을 했다고 통신이 전했다.

이에 대해 국정원 측은 "두 사람이 국정원에 매수됐다는 북한 보위부 주장은 사실무근"이라며 "이번 사건과 국정원은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정보 당국은 선교사인 김씨가 지난해말 북한에 체포된 것으로 파악했고, 최씨의 직업과 체포 경위는 추가 확인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보 당국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말에 체포한 두 사람을 천안함 폭침 5주년(26일)에 맞춰 발표해 북한의 의도가 읽힌다"며 "특히 조선족들이 북한에 자주 드나들면서 북한 내부 정보가 빠져나간다고 판단한 북한이 공개 경고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통일부 대변인 명의로 두 사람에 대한 송환을 북한 당국에 공식 요구했다.

임병철 통일부 대변인은 27일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이 어떤 사전 설명도 없이 우리 국민 2명을 억류하고 터무니 없는 주장을 한 것은 유감"이라면서 "조속히 송환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임 대변인은 "(북한의) 어제 기자회견에서 나온 내용은 2명이 송환된 뒤 다시 정확히 확인해야 한다"면서 "외교채널과 국제기구 등 가능한 모든 채널을 동원해 송환 노력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임 대변인은 "2013년 10월 이후 북한이 억류중인 김정욱씨(선교사)의 송환을 다시 촉구한다"면서 "북한은 우리 정부의 합당한 요구에 응하라"고 요구했다. 북한은 김씨에게 지난해 5월 무기노동교화형을 선고했다.

장세정 기자 z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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