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겪고도 엉망인 선박 안전

중앙일보

입력

세월호 참사 후에도 선박 안전 불감증은 여전한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밝혀졌다. 감사원은 국회 요구에 따라 지난해 11~12월 해양수산부ㆍ국민안전처 등 29개 정부기관 및 위탁기관을 대상으로 ‘선박 등 안전규제 관리실태’를 감사한 결과 안전규제 미비점을 다수 적발했다고 25일 밝혔다. 해수부로부터 선박점검 업무를 위탁받은 선박안전기술공단은 2012~2014년 선박 정기점검 과정에서 불법 개조된 선박 2척을 5차례 검사했으나 "도면이 너무 무겁다"는 등의 이유로 제대로 검토도 하지 않은 채 모두 합격처리했다. 이 중 한 건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난해 4월16일로부터 3개월도 지나지 않은 7월에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단원고 학생ㆍ교사 262명을 포함해 295명의 사망자를 낸 세월호 침몰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것이 불법개조였음에도 안전불감증의 뿌리는 깊었다.

감사원은 관련 직원 2명을 문책 요구했으며 해수부에 대해서는 철저한 지도감독을 요구했다. 또한 근거리를 운항하는 유람선에 대해서는 선령(船齡ㆍ배를 진수한 때부터 경과한 햇수) 제한 규정도 없는 탓에 건조 후 30년이 지난 노후 유람선 20척이 아무런 규제 없이 지금도 운항 중이라고 감사원은 밝혔다.

이외에도 어린이집 안전관리에도 문제가 드러났다. 감사원이 2011년 4월 어린이집 설치가능 층수제한을 완화한 이후 건물 4~5층에 만들어진 서울 소재 43개 어린이집을 점검한 결과 절반이 넘는 23개 어린이집이 조리실 방화문과 비상시 직통계단 등 화재안전설비를 갖추지 않고 있었다. 복지부는 이들 어린이집에 대한 관리감독을 관할 구청에만 맡기고 이 같은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지난해 어린이 사망사고로 이어진 공기주입식 미끄럼틀인 에어바운스의 경우 문화체육관광부가 안전기준도 마련하지 않은 채 민간협회에 점검 업무를 위탁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또 서울시 등 5개 시ㆍ도 소방안전관리자를 표본 조사했으며 이 결과 광진구 소재 건물 소방안전관리자는 2004년 사망한 사람으로 드러나는 등 업무 수행이 불가능한 경우가 245건에 달했다고 밝혔다.

전수진·안효성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