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살롱 음주가무가 대화정치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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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박희태(朴熺太).민주당 정대철(鄭大哲)대표와 자민련 김종필(金鍾泌.JP)총재 등 3당 대표가 지난 21일 노무현(盧武鉉)대통령과의 청와대 만찬회동이 끝난 뒤 서울 강남의 최고급 룸살롱에서 폭탄주를 곁들인 '2차'를 한 데 대해 정치권은 물론 네티즌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특히 지난 19일부터 3만원 이상 식사 접대를 금지하는 공무원 윤리강령이 본격 시행 된 상황에서 정치인들이 하룻밤에 수백만원짜리 술판을 벌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의 강도는 급격히 높아졌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가뜩이나 경제가 안 좋은 상황인 데다 盧대통령이 힘들다는 발언을 한 직후에 그런 술자리를 벌였다니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비판했다.

조인스닷컴에는 'lovelog'라는 ID의 네티즌이 "일반 회사에서도 상사가 못 해먹겠다고 말할 정도로 진지하게 고민하면 그때부터 밤을 새워서라도 해결책을 찾는다"며 "盧대통령은 대화정치가 안 먹힌다고 한탄하는데 음주가무로 문제를 해결하려느냐"고 지적했다.

'sy1004'는 춘향전에서 이도령이 변사또의 생일잔치에서 폭정을 풍자한 어사시(御史詩)를 인용, "금동이의 향기로운 술은 만백성의 피요, 노랫소리 높은 곳에 원망소리 또한 높더라"고 했다.

파문이 커지자 朴대표는 22일 당직자회의에서 "모처럼 술 한잔 마신 것이니 너그럽게 이해해 달라"며 곤혹스러워했다.

박종희(朴鍾熙)대변인은 "만찬이 끝나고 나오다 JP가 '옛날 낭만 어린 시절로 돌아가 보자'고 제안해 가게 됐다"며 "청와대 유인태(柳寅泰)정무수석은 '허름한 카페에 가서 폭탄주나 한잔씩 하자'고 했지만 모두들 얼굴이 알려진 분들이라 대중음식점에 가기도 곤란했다"고 해명했다. 이날 술값은 JP가 아니라 鄭대표가 냈다고 한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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