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일대 헌집 새옷 갈아입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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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서울 강남구 압구정.신사동 일대가 새롭게 변신하고 있다. 낡은 상가나 건물들을 고급 수요를 겨냥해 리모델링하거나 아예 헐고 새로 짓는 곳도 있다.

이곳은 한때 오렌지족이 몰려 세간의 주목을 받았으나 1994년 성수대교 붕괴와 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상권이 흔들리며 청담동 등으로 고급 수요를 많이 빼앗겼다.

이 때문에 수익률이 떨어지는 건물들이 건물 외관만 고치는 데 그치지 않고, 수요자 입맛에 맞는 새로운 업종을 개발하고 있다.

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 인근의 20년된 압구정 경복궁 뷔페는 첨단 메디컬 센터인 두산 스퀘어로 옷을 갈아입는다. 두산건설 관계자는 "압구정 상권은 70년대 현대아파트가 입주하면서 형성된 곳이라 건물이 낡고 주차공간도 부족하다"며 "새 건물이 들어서면 주변 상권도 함께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호대교 남단의 압구정동 골프연습장과 주유소 부지에는 클리닉 빌딩인 'JB미소'가 들어선다. 이곳에는 성형외과나 피부과 등 의료시설과 명품 패션숍.수입차 전시장.종합 뷰티센터 등 쇼핑상가가 입점하게 된다.

지난해 말 성수대교 남단에 문을 연 '클럽 비에스'는 평범한 레스토랑 겸 오피스 건물을 고급 문화 공간으로 리모델링한 사례다. 워커힐호텔 소유로 SK건설이 공사비 70억원을 들여 시공했다.

도산대로변의 건물들도 새롭게 달라지고 있다. 한 때 강남을 대표하던 씨네하우스 영화관은 길 건너편 씨네씨티 등 멀티플렉스 영화관에 밀려 지난해 말 문을 닫고 현재 리모델링 공사 중이다. 이 건물에는 미국계 고급 레스토랑인 '미스터 차우'가 12월 문을 열 예정이다.

맞은편의 중국음식점 '만리장성'도 현재 철거공사가 한창이다. 아직 정확한 용도는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부동산 업계는 주상복합아파트나 고급 빌라 등이 들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업계는 강남권의 쓸 만한 나대지들이 상당수 소진되면서 기존 건물을 재활용하는 사례가 더 늘 것으로 보고 있다. 포시즌컨설팅 정성진 사장은 "강남의 건물들은 희소 가치가 높아 매출이 떨어지거나 수요층에 맞지 않는 건물을 중심으로 잇따라 개발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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