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기의 反 금병매] (58)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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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네. 잘 다녀오세요."

영아의 배웅까지 받으며 금련이 왕노파 집으로 건너오니 서문경이 기다리고 있다가 반색을 하였다. 왕노파는 수의 옷감을 내어놓는 대신 술과 안주를 가지고 와 술상부터 차렸다.

"어쩜 이리 옷이 화사할까. 꼭 하늘에서 선녀가 내려온 것 같애. "

왕노파가 금련을 칭찬해주자 서문경은 빙긋이 웃고만 있었다. 어제의 초조함같은 것은 엿보이지 않고 여유마저 내비치고 있었다. 금련도 이제 그 상황이 익숙해진 듯 차분한 자세로 서문경을 대하고 있었다.

왕노파는 두 사람이 연정을 불태우도록 일부러 자리를 비켜주곤 하였다. 서문경은 어제 진액을 다 쏟았으므로 오늘도 금련을 안는 데 성공을 할지 확신할 수가 없었다. 도교의 방중술대로 정액을 쏟기 직전에 멈추는 식으로 교합을 한다면 언제라도 여자를 안을 자신이 있지만, 그런 방중술이 오히려 몸을 망칠 수도 있다는 것을 서문경은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서문경은 몇 가지 음기구들을 갖추고 생약을 조제하여 만든 향다목서병이라는 알약을 소매 속 작은 상자에 담아 왔다. 술기운이 어느 정도 오르자 서문경이 금련을 끌어당겨 자기 무릎에 앉히고 향다목서병 한 알을 혀끝에 얹어 금련의 입속에 넣어주었다.

"이 향기 야릇한 게 뭐지요?"

금련이 혀로 그 알약을 건드려보며 물었다.

"몸을 야릇하게 해주는 영약이오."

"아, 정말 야릇해지는 것 같아요. 누가 내 몸을 만져주었으면 싶고, 나도 만지고 싶고 그래요."

"내가 이렇게 부인을 만지고 있지 않소. 부인도 만지고 싶으면 나를 만지면 되고."

그러면서 서문경이 한 손으로 금련의 젖무덤 하나를 슬그머니 감싸쥐었다. 그러자 금련도 두 눈을 감으며 서문경의 허벅지 사이로 손을 집어넣어 물건을 더듬어 찾았다. 금련이 제대로 찾지 못하자 서문경이 자기 물건을 아예 허리춤에서 끄집어내어 금련의 손을 그쪽으로 끌어당겼다.

그런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금련의 손끝에 닿인 건 물렁한 살이 아니라 딱딱한 금속이었다. 그 물건이 어제처럼 기운이 뻗쳐 쇠말뚝같이 되었나 싶었으나 그것도 아닌 것 같았다. 금련이 감고 있던 눈을 슬며시 뜨고 그쪽을 돌아보았다. 은빛 나는 금속이 서문경의 물건 끝에 씌어 있었다.

"아니, 이건 또 뭐예요? 왜 이것이 여기에 있죠?"

"은탁자(銀托子)라고 하는 거요. 여자를 즐겁게 해주기 위한 장식이지요. "

"망측도 해라. 즐겁게 해주기는커녕 상처만 내겠는데요. "

"한번 맛을 보면 그런 소리 안 할 거요. "

두 사람은 향다목서병 알약으로 인하여 점점 더 몸이 달아오르더니 급기야 세상에 단 두 사람만 존재하는 것 같은 환각 속으로 빠져들었다. 옆에서 왔다갔다 하는 왕노파는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서문경은 치마만 남기고 금련의 옷을 다 벗긴 후 치마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그녀의 깊고 은밀한 곳에 손바닥을 대어보았다. 어제는 일을 치르는 데 급급했다면 오늘은 제법 금련의 몸 구석구석을 음미해볼 여유가 생긴 것이었다.

그런데 손바닥에 감촉되어야 할 털들이 없었다. 마치 어린 여자아이의 그 부분처럼 매끈하기 이를 데 없었다. 어제는 그 사실을 몰랐던 것이 기이하기만 했다. 금련이 어젯밤에 그곳의 털들을 다 밀어버렸다면 털뿌리의 흔적이라도 만져질 터인데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서문경은 어린 소녀와 관계를 맺는 것 같은 생각이 들면서 더욱 흥분되는 것을 느꼈다. 서문경은 젖꽃판을 문지르듯 그곳의 도톰한 부분들을 손바닥으로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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