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화나처럼 생겼네 … 풀잎 가져왔다고 정학당한 미국 학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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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미국의 초·중·고교에서는 ‘무관용(no tolerance) 원칙’이 엄격하게 지켜진다. 사소한 불법 행위를 한 학생도 처벌받는다. 총기사고가 난무하는 미국에서 학교폭력이나 사고 등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이다.

 하지만 지나친 경우도 적지 않다. 버지니아주 베드포드의 베드포드중학교에서는 최근 1학년 학생이 1년 정학처분을 받았다. 학교 가방에 마리화나처럼 보이는 풀잎을 가져온 것을 교감이 발견한 것이 발단이 됐다. 지역 소년법원은 마리화나 소지죄를 적용했다. 이 때문에 이제 만 11살을 갓 넘긴 이 학생은 지역 내의 대안학교 프로그램과 홈스쿨링으로 공부를 해야 했다.

 문제는 이후 세 차례나 진행된 검사 결과 학생이 소지한 풀잎이 마리화나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는 점이다. 소년법원은 학생에게 내려진 1년 정학처분을 취소했다. 하지만 학교 측의 결정은 달랐다. 이 학생은 복학하긴 했지만 인근의 다른 학교를 다녀야 했다. 더불어 오는 9월까지는 엄격한 보호관찰 처분까지 받고, 이 기간 동안 매일 등하교 때에 가방검사도 받아야 한다.

 이유는 버지니아주 등 미국 상당수의 주에서 학교의 마약 방지 정책이 엄격해 모방약이라 하더라도 먀약과 같은 처벌을 받기 때문이다. 심지어 농담으로 마리화나가 아닌 풀을 “이게 마리화나야”하고 말하거나, 농담을 하지 않았더라도 동료 학생들이 마리화나로 여긴다면 같은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워싱턴포스트는“베드포드중학교가 학생에게 끼친 해악은 이 학생이 실제로 마리화나 잎을 먹거나 피우는 것보다 훨씬 더 나쁜 것”이라고 전했다.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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