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방위청 위상 강화 탄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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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일본 방위청(廳)을 성(省)으로 승격시키는 집권 자민당의 구상에 탄력이 붙었다. 연립 여당인 공명당의 간자키 다케노리(神崎武法) 대표는 지난달 29일 강연회에서 "정부가 법안을 제출하면 당내 논의를 거쳐 결론을 낼 것"이라고 말해 방위청 승격에 전향적인 자세를 보였다.

지난해에는 당론으로 군비 강화에 반대하는 공명당의 소극적 자세로 자민당이 법안 제출을 단념했었다. 간자키 대표는 이날 "여당 간에 합의가 있다"고 말해 2002년 공명당이 자민당의 방위성 격상 방침에 동의한 것이 아직 유효함을 확인했다.

◆ 자민당 숙원 이뤄지나=방위청의 성 승격은 자민당의 숙원 가운데 하나다. 현재는 내각부 산하 외청으로 돼 있다. 방위청의 수장에는 다른 성의 '대신'보다 서열이 낮은 '장관'이란 명칭이 붙는다. 성으로 승격되면 독자적으로 법안 등을 내각의 의결기구인 각의(閣議)에 제출할 수 있어 위상과 권한이 강화된다.

자민당은 지난달 24일 공명당과의 정책 협의에서 내년 정기국회에서 방위성 설치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협력해 달라고 요청했다. 자민당은 "미국과의 안보 협력이 더욱 긴밀해지는데 지금의 방위청 체제로는 미국 국방부와 격이 맞지 않는다"는 논리도 주장했다. 공명당은 이 자리에서 지금까지 뒤로 미뤄왔던 당내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약속했다.

◆ 공명당의 동상이몽=대신 공명당은 ▶아동 수당 확충▶외국인에 대한 지방참정권 허용 등 정책에 대한 자민당의 협조를 요청했다. 일본 언론들은 공명당의 태도 변화에 대해 "방위성 승격을 양보하는 대신 자신들의 독자적 정책을 실현시켜 실리를 찾으려는 속셈이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간자키 대표가 성 승격에 조건을 붙인 것도 여운을 남기고 있다. 그는 "가령 '방위국제평화성'이라거나 '방위국제공헌성' 등으로 이름을 바꿔 국민에게 자위대의 성격이 이렇게 바뀌었다고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불교 계열의 종교단체를 모태로 하는 공명당은 평화주의를 창당 이념으로 하고 있어 방위성 승격에 대해 거부감이 강하다.

도쿄=예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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