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 『제3의현장』 내는 이청준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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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소설가 이청준씨가 2년여만에 장편 『제3의 현장』을 내놓았다. 65년사상계지의 신인작품모집에 단편 『퇴원』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온후 70편이 넘는 장·단편을 꾸준히 써냈던 이씨는 최근들어 침묵을 지켰다.
『지금까지 중·단편이 너무 많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장편을 써서 작가로서 균형을 잡고 싶기도 하고….
또 이제는 안정감을 갖고 긴 시간을 들여 자기고백이나 하고 싶은이야기를 다할수 있는 장편을 써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읍니다.
『제3의 현장』은 추리적 기법으로 쓰여졌는데 그 주제는 역시 이씨가 오랫동안 추구해온「말과 진실」에 관한 것이다.
납치사건을 겪으면서 자신이 다 부서진 여인이 자신을 납치한 남자를 이해하려하다가 그 남자의 해명을 듣고 오히려 환멸을 느끼게 되는것이 그려져 있다.
『말이 본래의 의미를 상실하고 있는 상황, 그래서 말이 진실과 유리되어 하나의 폭력으로 변해가는 상장이 오늘날 전개되고 있읍니다.
아니, 인류의 역사는 아마도 말과 삶이 진실로 일치되기를 갈구하는것이었다고 보여지기도 합니다』
이씨는 작가로서 당연히 말에 대해 관심을 가지며 그 말이 생성되였을때의 본질에 가장 충실할때, 즉 말과 삶이 일치하는 때를 찾아보려는 노력을 하게된다고 말한다.
이씨는 『잃어버린 말을 찾아서』라는 말의 진실을 찾는 시리즈소설을 쓴적이 있다. 그리고 「용서」라는 한마디 말을 찾아냈다.「용서」라는 말속에는 자유와 사랑이 가득차 있으며 진실한 삶에서 「용서」라는 말이 나올때 이말은 오염된 모든 말을 깨끗하게 해줄수 있는 원천적인 말이된다고 본것이다.
『제3의 현장』은 이미 오염된 상태로 하나의 약속이 되어있는 말을 포기할수 없다는 생각과 그러한 오염된 말을 뛰어넘어 진실이 존재한다는 생각 사이의 갈등을 다룸으로써 이씨의 말에 대한 작업이 계속되고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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