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노병의 동백기름 2병을 거부한 까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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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지방의 노병이 보낸 두 병의 동백기름 선물을 사양했다. 공직자는 작은 지방 특산물도 선물로 받아서는 안 된다는 당의 규정에 따른 것이다. 현재 중국 시장에서 1.2ℓ 동백기름 병당 가격은 100위안(1만 7500원)안팎이다. 사연은 이렇다.

장시(江西)성 감(?)현 우윈(五雲)진의 밍징화(明經華·여) 진장(鎭長·한국의 면장에 해당)은 성의 전인대(全人大·국회 격) 대표로 양회(兩會·정치협상회의와 전인대)에 참석하기 전 고향의 원로인 왕청덩(王承登)을 찾아 문안 인사를 했다. 올해 100세인 왕은 인민해방군의 전신인 홍군(紅軍)출신 혁명가다. 왕은 “시 주석이 추진하고 있는 개혁과 부패척결에 지지를 보낸다”며 밍 진장에게 한 통의 편지와 그 지방 특산물인 동백기름 두 병을 건네며 시 주석에게 전달해달라고 부탁했다. 밍 진장은 5일 편지와 동백기름을 들고 당 중앙판공청(총서기 비서실 격)을 찾아 시 주석에게 전달해 줄 것으로 부탁했다. 그러나 판공청 직원은 “편지는 전하겠지만 선물은 전할 수 없다”고 했다. 시 주석은 당 총서기 취임 직후인 2012년 12월 당원들이 지켜야할 윤리 규정인 ‘8항 규정’을 발표했는데, 여기에는 지방 특산물을 선물로 받지 말라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시 주석은 6일 장시성 전인대 대표들을 만난 자리에서 “노병의 선물은 돌려보내지만 그의 마음은 감사하게 받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왕이 보내온 편지를 주머니에서 꺼내 읽었다. “지난 3년간 국무원이 감현 부근 특산물인 동백기름 생산을 적극 지원해 현 전체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가구마다 TV가 있고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다. 또 주민들이 대부분 새 벽돌집으로 이사를 했고 마을 길은 시멘트 포장이 됐다. 이 모두가 인민을 위한 당의 리더십 덕분이다. 노병이 소원이 있다면 총서기께서 꼭 시간을 내서 이곳의 발전한 모습을 봤으면 한다.” 편지를 읽은 시 주석은 “현지 간부들이 감현으로 가서 시찰을 하고 문제가 있으면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밍 진장은 “노병의 선물을 전하진 못했지만 시 주석의 솔선수범을 통해 공직자의 ‘청렴’이 무엇인지를 배웠다”고 말했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chkc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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