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지역 편중 인사 지나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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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노무현 대통령이 올 들어 인사권을 행사한 장.차관급과 청와대 수석, 각종 공기업 사장, 정부 산하단체장 등의 인사에서 부산.경남 출신이 30%를 차지했다. 정확히 82명 중 26명이었다. 이달 들어서만 내정자를 포함해 5명이다. 그중엔 노 대통령을 오랫동안 도와온 성직자도 있다.

철저한 능력 위주의 인사를 통해 부산.경남 출신 인사들이 대거 진입했다면 크게 시비를 걸긴 어려울지 모르겠다. 그러나 인사가 있을 때마다 해당 기관 안팎에서 뒷말이 무성한 것을 보면 능력을 기준으로 삼은 것도 아닌 것 같다. 특히 현 정부에 노 대통령의 모교인 부산상고 출신은 국방부 장관, 감사원 사무총장, 관세청장 등 10명에 이른다. 이쯤 되면 대통령이 고향 출신들을 챙기는 정실인사에 치우친다고 말할 만하지 않은가. 현 정권 출범 당시만 해도 부산.경남 출신은 16.7%에 불과했다. 그러나 집권 5년 중 2년9개월을 보낸 시점에서 이 같은 정실인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은 정권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역대 정권마다 집권 후반기에 들어서면 대통령은 자신의 고향 출신들을 많이 등용했던 게 사실이다. 권력기반이 약해지고 지지율이 떨어질수록 정권의 정통성과 신뢰성도 하락하고 그럴수록 가까운 고향 사람이 아니면 믿지 못하게 되는 상황 때문이라고 학자들은 분석한다. 그러나 앞서의 정권들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더욱이 노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지역주의 타파를 외쳐 왔다. 그것을 명분으로 대연정을 제의했고 선거구제 개편을 요구했다. 열린우리당이 민주당과 합당하려는 노력에 제동을 건 명분도 바로 그것이었다. 지역구도 타파에 자신의 정치생명을 건 듯한 발언을 수없이 해온 노 대통령이다.

그런 노 대통령이 국정운영의 가장 기본이 되는 인사에서조차 지역구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 누가 대통령의 지역구도 타파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 있겠는가. 인사가 만사(萬事)라고 하지 않던가. 만사를 그르치는 일이 없도록 제대로 된 인사를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