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美언론 '한국 다시 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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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대통령의 방미 이후 한국을 대하는 미국 분위기는 조금 달라지고 있다.

무엇보다 기자들의 질문 내용과 언론 보도 태도에서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19일 백악관 브리핑에서 나온 한국 관련 질문은 "부시 대통령과 盧대통령이 북핵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기로 했다는데 미국이 기대하는 한국의 역할이 뭐냐" "언제 북한과 대화를 시작하느냐"는 두가지였다.

지난해 10월 북핵 사태가 터진 이후 미국 기자들의 한반도 질문에서 항상 느껴지던 '냉소적 분위기'는 거의 사라졌다.

워싱턴 외신기자클럽에서 오가던 "부시 대통령과 盧대통령이 언젠가는 한번 세게 충돌하는 것 아니냐"던 농담도 쑥 들어갔다. 주미 한국 대사관 관계자들을 통해 확인되는 미국 정부의 반응은 더 고무적이다.

문봉주 정무공사는 "국무부의 제임스 켈리 동아태 차관보나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들은 '정상회담이 정말 잘 됐다''미국 정부로선 盧대통령에 대해 갖고 있던 우려를 씻었다'는 반응"이라고 전했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미국은 한국에 대한 불만 때문에 대북 문제를 더 강경하게 갈 수밖에 없었던 측면도 있다"며 "한.미 공조에 대한 의혹이 사라지면 미국은 북한 문제에 있어 오히려 여유를 가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요즘 서울로부터는 盧대통령이 귀국 후 '대미 굴욕 외교를 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야당이 아니라 오히려 여당인 민주당의 일부 의원이 그런 목소리를 주도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곳 워싱턴에서는 '굴욕'이냐 아니냐는 차원을 뛰어넘는 현실적 외교 성과가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김종혁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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