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Talk Talk] '지하철프리' 요금제라더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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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심서현
디지털콘텐트부문 기자

이동통신, 모두가 쓰지만 소비자가 품질을 검증하긴 어렵죠. 빠르다니 빠른 줄 알고, 이만큼 썼다니 쓴 줄 알 뿐. 그런데 디지털 세상에서 작은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요금제 사용후기를 인터넷에 연재하고 있는 회사원 정모(35)씨의 얘깁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6월 전국 지하철 열차와 승강장에서 스마트폰 데이터를 무제한 사용하는 ‘지하철프리’ 요금제(당시 월 5000원)를 출시했습니다. 정씨는 즉시 가입해 이용했지요. 그런데 처음에는 지하철 역 밖에서도 적용됐던 무료구간이 슬금슬금 줄더니 가입 2개월 후에는 지하철 안에서도 데이터가 유료로 차감된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정씨는 SKT 고객센터에 몇 차례 문의했지만 “이상 없습니다, 고객님” 이라는 답변만 돌아왔죠.

 정씨는 SKT로부터 자신의 6개월 간 데이터 사용내역을, 신용카드사로부터 같은 기간 지하철 사용내역 자료를 넘겨받았습니다. 두 개의 엑셀 파일을 일일이 대조했습니다. 지하철 안에 있던 시간에 데이터 요금이 부과된 사례 17건을 찾아낸 겁니다.

 회사 측은 그제서야 인정했습니다. 요금제 출시 2개월 뒤 무료 적용 지역을 줄인 사실도요. 하지만 “적용 지역을 처음같이 늘리라”는 정씨의 요구에 대해서는 “초기엔 혜택을 준 것이고 원래 지하철 안에서만 무료”라고 답했습니다. “데이터 차감을 정확히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달라”는 요구에는 “확답할 수 없다”고 했고요. 다만 ‘도의적 차원’에서 5000원을 보상하겠다고 했습니다.

 정씨는 거절했습니다. ‘처음처럼 무료가 적용되는 줄로만 알고 마음껏 사용하다 피해 보는 소비자가 많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습니다. ‘나만 보상받고 끝낼 순 없다’는 거죠.

 정씨는 미래창조과학부에 온라인 민원을 제기했지만 SKT의 똑같은 답변을 ‘전달’받았습니다. 이제는 공정거래위원회를 통한 절차도 알아보고 있다고 합니다.

 4만 명이 넘는 네티즌이 정씨의 글을 읽었습니다. 소비자의 반격, 결과가 주목됩니다.

심서현 디지털콘텐트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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