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을 생각한다|저금리체계의 유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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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현행 금리체계를 부분적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는 중앙은행 총재의 견해는 원칙적으로 타당한 근거가 있다.
현행 금리체계가 지나치게 단순화되어 저축 증대를 위한 금융상품의 개발이 한계에 직면해 있다는 사실은 이미 논의되어 온 바다.
작년 6월28일의 금리 인하조치로 예금금리의 경우, 정기예금이나 정기적금이 저축기간에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년8%가 적용되고 있으며 대출금리의 경우도 어음 할인율이나 텀론이 우량, 기타의 구별 없이 역시 일률적으로 년10%가 적용되고 있다.
물론 구체적으로 예대금리를 복리로 계산할 때는 기간에 따라 차이가 나고 있으나 획일적인 금리적용이 장기저축이나 장기대출에 상대적인 불이익 또는 이익을 줄 소지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을 감안, 중앙은행은 대출금리에 있어서는 우대금리 제도를 시행하고 장기가계 저축에 대해서도 금리상의 혜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부분적으로 금리체계가 6.28조치 이전의 체계로 환원하는 것을 뜻한다.
대출금리에 프라임 레이트를 도입하고 가계저축 증대에 역점을 두겠다는 중앙은행의 방침은 그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여기서 우리가 특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금리논의의 시각이 어디에 바탕을 두고 잇느냐 하는 점이다.
현행 금리체계에 대한 논의 가운데는 금리수준이 저금리이기 때문에 금리를 전반적으로 상향 조정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현행금리가 저금리라고하는 주장에 대해서는 결코 찬성할 수 없다.
저금리냐, 아니냐 하는 것은 명목금리 수준으로 따질 것이 아니라 실질금리를 어느 정도 보장하느냐가 기준이 되어야 마땅하다.
작년의 GNP디플레이터가 2%상승에 그쳤으므로 저축에 대한 실질금리는 6%정도 보장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물가상승률을 훨씬 상회하는 실질금리를 확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금리라고 강변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인플레이션 진행 기에는 금융자산 선호도를 높이기 위해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것이 금리 인상론의 배경이다.
그런데 우리는 금리인하로 인플레이션을 진정시켰고, 이제 물가가 안정된 시기에 금리를 올려야 할 아무런 이유를 찾을 수가 없다.
저축증대에 지장을 준다고 하지만 한은 집계에 의하면 작년 11월말 저축성 예금은 15조4천6백억 원으로 82년 말보다 13%가 늘어나고 있다.
만족할 만한 증가율은 아니라고 해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금리인상 주장은 지난날 고 물가·고금리에 젖어온 타성에서 비롯된 것이며 물가안정을 불신하는 부정적 사고방식에서 출발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묻고 싶다.
금리는 전반적인 물가체계에서 예의 항목으로 다루어질 수는 없는 일이다. 금리 역시 「돈의 가격」을 말하는 것이라면, 물가안정기에 돈의 값도 안정되는 것이 당연하다. 따라서 중앙은행의 금리개편 작업은 현행 금리체계의 골격 안에서 부분적으로 금리의 다양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정리되어야 한다.
그것은 금리의 상향조정이 아니라 가계저축이 좀더 늘도록 인센티브를 주고 금융상품의 개발에 도움을 주는 범위에 그쳐야한다.
또 기업에 대한 프라임 레이트 적용은 기업경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므로 우량기업과 일반기업의 선정기준을 신중히 해야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금리체계가 탄력성을 갖도록 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렇다 고해서 탄력성 부여가 곧 금리상승을 의미한다고 곡해 새서는 곤란하다.
금리안정이 물가안정의 중요한 요인이라는 것을 특히 새겨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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