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농구 박양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컴퓨터 가드」란 별명을 갖고있는 여자농구의 박양계(22·1m71cm·한국화장품)는 금년 한해를 너무나 인상적으로 보냈다.
인상적이라기보다 평생 잊지 못 할 감격의 한해였다.
지난 8월1일 밤10시반 남미 브라질 사웅파울루 리비에라푸에라체육관은 광적인 브라질사람과 한국교포 4천여명등 1만5천여 관중들로 열기를 뿜었다.
한국팀은 제9회 세계여자농구선수권대회 결승리그 첫 경기에서 홈코트의 브라질과 맞선 것이다.
한국은 응원에 압도당한데다 심판마저 불리, 시종열세를 면치못해 경기종료 1분54초를 남기곤 5점이나 뒤져 패색이 짙었다.
그러나 이때부터 강압수비를 펼친 것이 그대로 주효, 연이은 인터셉트로 따라붙기 시작하여 3초를 남기고 박양계가 기적같은 역전 결승골을 터뜨려 한국농구사에 영원히 잊지못할 명승부를 연출했다.
박양계는 지금도 가끔 잠자리에 들기 전 그 감격적 순간을 되새기려하지만 도무지 기억이 나지않는다는 얘기를 한다. 이 대회에서 계속 9게임을 뛴 박양계는 양쪽 연골을 다쳐 귀국후 매일 물리치료를 받는 등 고생을 하고 있다.
국내에서 박찬숙 김화순의 그늘에 가려 빛을 보지못했던 박영계는 이 대회 예선리그(브라질리아)에서 박찬숙과 함께 베스트5에 뽑혀 진가를 드러냈다. 귀국후에도 추계연맹전(11월)에서 소속팀을 준우승시켰고 이어 점보시리즈에서도 또다시 팀을 결승까지 올려놓는데 결정적 수훈을 세웠다.
지난 1월에는 종합선수권대회에서 대망의 패권을 차지해 한국화장품 입단이래 4년만에 첫 전국대회우승의 감격도 누렸었다.
부산 동주여상출신의 실업4년생으로 패스웍은 가히 컴퓨터처럼 정확하여 지난 60년대 김추자이래 최대의 가드로 불린다.
농구기자단선정 올해 최우수선수로 뽑혀 금년의 말미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이민우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