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천년을 내리는 눈』낸 정소성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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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중견작가 정소성씨가 최근에 내놓은 장편소설『천년을 내리는 눈』이 그독특한 구성으로 우리 소설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천년을 내리는 눈』은 뚜렷한 줄거리를 가지고 있지않다. 이 소설은 6·25때 어머니와 누이를 잃은 한 젊은 시인이 아침에 일어나서 저녁에 아내의 유산을 알게되기 까지 하룻동안의 일이 치밀하게 그려져 있고, 주인공인 시인의 의식속에 나타나는 과거의 모습이 삽입되어 공간적인 확대를 이루고 있을 뿐이다.
『지금까지 우리소설들은 줄거리 중심으로 되어있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것은 설명적인 성격을 띱니다. 거기에 대해 일어나는 일을 벽화처럼 펼쳐 지나가게 보여주어 독자가 그속에서 무언가를 찾아내도록 하는 방법의 소설도 있을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천년을 내리는 눈』은 이산의 깊은 상처때문에 내면의 집을 상실한 가난한 지식인이 겪는 정신적 방황을 밀도있게 그린 것이다. 인간은 결국 누군가를 사랑해야하는 존재인데 그 사랑의 대상을 끝내 찾아내지 못하게된 아픔은 큰 것이다. 정씨는 이작품에서 주인공의 의식에 내리는 눈으로서 그 절망을 표현하고 있다. 태양을 가리는 음침한 눈. 음지를 만드는 음침한 눈, 주인공의 내면의 절망을 이야기해준다.
『「천년을 내리는 눈」이라고 한것은 비단 6·25뿐만아니라 우리의 역사를 통해 이같은 절망의 계기가 많았다는 생각에서입니다. 우리의 역사속에 내린 빛을 가리는 음침한 눈은 많았을 것입니다.』
77년 현대문학을 통해 데뷔한 정씨는 프랑스 유학때문에 그동안 소설을 많이 내지 못하다가 83년들어 『슬픈 귀국』 『밤바다』등 중편을 내놓으면서 활발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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