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후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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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창작이란 글자 그대로 전에 없던 것을 처음으로 만들어내는 행위입니다. 따라서 창작에는 내용면에서는 미지의 세계를 탐구하는 탐험가적 모험과 형태면에서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발명가적 창의가 아울러 필요한 것입니다.
단 한 구절이라도 남의 작품을 슬쩍 베껴 먹으면 표절(글 도둑)이라하여 손가락질의 대상이 되고 남의 작품을 흉내내면 모작이라 하여 비웃음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정도야 설마 모르겠지 하는 속임수도 많은 독자 중에는 그것을 밝혀 내는 사람이 있는 법입니다.「독자는 현명하다」는 맡을 명심해야합니다.
한 수의 시조라도 그 내용이 똑같은 두개의 작품이 있을수 없듯이 표현도 각기 달라야 옳습니다. 한가지 사물을 표현하는데는 한가지의 말밖에 없다는「유일어(唯一語)」란 말도 이런 뜻에서 생겨난 것입니다.
남이 조국통일을 주재로 하니까 나도 한다, 남이 절간을 제재로 하니까 나도 한다는 식의 추종이나 모방을 지양하고 자기만의 참신하고 독창적인 주제, 독창적인 소재를 찾아내고 표현도 자기나름의 개성적인 기법을 익혀나가야 할것입니다.
응모작 가운데에는 표절에 가깝거나 모방성이 강한 것이 더러 눈에 띄어 주의를 환기시켜 둡니다.
지금까지의 얄팍한 단순 서정에서 한발짝 전진하여 대상에서 인생의 어떤 의미를 찾아보려는 노력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을 반갑게 생각합니다.
『영상』과『바위』는 그림에 비유한다면 아직 구상(具象)에 머무르고 있기는 하나 수채화보다는 좀더 유화에 가까운 질량감을 느끼게 합니다.
특히『영상』은 황량한 정신적 상황을 완전히 객관화하는데 성급했군요. 인생을 배로 상징하는 것은 한 시적인 표현으로 다소 낡은 수법에 속한다 할수 있으나 적절한 정황묘사로 진부성을 어느정도 극복한것 같습니다. 『바위 』의 종장이 주는 중후한 느낌은 참 좋은데 중장이 약간 불안정합니다. 특히 「서서」와「앉아」는 서로 불협화음을 내고 있군요.
『옛 이야기』는 능숙한 솜씨에 비해서 제목이 잘 어울리지 않는군요. 제목은 작품의 눈이라는 말을 음미하시기를….
『밤』은 두 수로 된 것을 둘째 수만 따로 뗀 것, 어미가 독특하고 정(靜)과 동(動)이 잘 어울립니다.
『겨울 농부』와『새벽 안개』는 격려를 보낼만하다 싶어 게재합니다. <장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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