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개혁 모델은 소동파 … 고전 문구 애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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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소식(左), 시진핑(右)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의 통치 철학은 중국 고전에 뿌리를 두고 있다. 특히 송대 문호이자 개혁가로 유명한 소식(蘇軾)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인민일보가 지난달 28일 출간한 『시진핑 융뎬(用典)』에 따르면 시 주석은 지금까지 소식의 고전 문구를 7번 인용했다. 공자에 이어 두번째다. 고전으로 보면 논어가 11차례, 예기가 6차례, 맹자가 4차례 순이다. 이 책은 시 주석이 지금까지 인용한 고전 문구를 위정(爲政)과 경민(敬民)·염정(廉政) 등 13개 항목에 걸쳐 정리한 것으로 모두 135개 문구를 수록했다.

 시 주석은 소식의 인물평론문인 ‘조조론(晁錯論)’에 나오는 “치국에 가장 어려운 점은 겉으로 안 보이는 내부 문제이며 이를 방관해 시기를 놓쳐 해결하지 못할까 걱정이다(天下之患 最不可爲者 名爲治平無事 而其實有不測之憂 坐觀其變而不爲之所 則恐于不可救)”라는 문구를 가장 애용했다. 그는 지난해 4월 신장(新疆) 방문 시 이 문구를 인용하며 보이지 않는 신장 내부 문제의 해결 의지를 피력했다. 또 보이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전면적인 개혁 외에 대안이 없다는 게 시 주석의 지론이다. 시 주석이 취임 이후 지금까지 10여 차례에 걸쳐 “국제 정세의 불가측성이 고조되고 있어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소식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호(號)인 동파(東坡)로 더 알려진 소식은 송대 급진 개혁을 주장한 왕안석의 신법에 대항해 합리적 개혁을 주장하다 두 차례나 유배를 가기도 했다. 또 사람을 대하는 데 있어 신분을 가리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중국 언론들은 시 주석이 단계적 개혁을 추진하고 만두집을 찾는 등 서민행보를 계속하는 것도 소식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강도 높게 진행 중인 반부패는 남송의 여본중(呂本中)의 관잠(官箴)에 나오는 “관리는 오로지 청렴하고 신중하며 근면해야 한다(當官之法 惟有三事 曰淸 曰愼 曰勤)”는 문구와 무관하지 않다. 저장(浙江)성 당서기(2002~2007년) 시절 시 주석은 회의 때마다 이 문구를 거론하며 부패 척결과 근면을 강조했다. 공자의 논어에 나오는 “정치는 바른 것(政者 正也)”이라는 문구도 애용한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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