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만 6천억원…국민 설득이 과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북한에 대한 쌀.비료 지원의 경우 국회동의 절차 등을 거치지 않는다. 1990년대 러시아에 대한 경협차관 때 국회의 인준을 받았던 것과 차이가 난다.

정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19일 "러시아와의 차관협정은 국가 간의 거래며 남북 간의 쌀 차관공여는 민족 내부거래로 간주하는 특수한 경우"라고 설명한다. 또 자금자체가 민족공동체 회복에 초점을 맞춘 교류협력기금을 쓴다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교류협력기금의 경우 그 조성과 사용을 포괄적으로 국회에서 승인을 받기 때문에, 용도 내에서 사용할 경우엔 항목마다 굳이 국회의 동의가 필수조건은 아니라는 것이다.

교류협력기금 사용도 단일 지원항목이 기금 총액의 30%를 초과하는 경우 국회의 동의를 받도록 돼 있으나 대북 지원 쌀을 국제시세로 평가할 경우 40만t 지원비용은 30% 미만이다.

따라서 현재 교류협력기금의 사용을 위해서는 통일부 장관 주재로 관계부처 차관이 참여하는 남북 교류협력추진협의회에서 지출승인만 하면 된다.

이처럼 대북 쌀 지원이 국회 동의를 피해가는 것은 대북 지원에 대한 여론이 많이 누그러졌다곤 하지만 여전히 정치권의 공방 거센 데다 국민의 여론도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하지만 쌀.비료의 구입과 수송비 마련에 쓰이는 교류협력기금이 국민의 세금으로 마련된다는 점에서 보다 꼼꼼한 여론수렴 과정과 국민의 설득을 구할 수 있는 절차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쌀 40만t의 경우 국내가격으로 6천억원에 달하며 이를 국제시세(t당 2백65달러로 수송비 등 포함, 1천2백억원)로 북한에 제공하면 5천억원 가까운 손실이 생긴다.

물론 재고미의 보관비용(40만t의 연간 보관비용 1천3백50억원) 등을 감안할 경우 손실액이 상당히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안정적인 대북 지원을 위해서라도 바람직한 통과절차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영종.이상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