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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분권 하자면서 지원 깎다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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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대표적인 사례가 일은 주고 사람과 돈은 주지 않은 지방분권의 방식이다. 지난해 147개 국고보조사업을 지방으로 일괄 이양했다. 겉보기에는 지방에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는 용단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작 속을 들여다보면 정반대다.

보건복지부에서 지방으로 넘어간 67개 복지사업의 2005년도 총소요 예산은 1조3290억원이다. 그러나 현재 확보된 예산은 1조1371억원(85.6%)으로 1919억원이나 부족하다. 부족분은 각 지방에서 알아서 채우라는 식이다. 지방 간 복지 불평등과 복지지출의 감소가 불 보듯 뻔하다. 주민들은 분권해서 손해 보게 된 것이다. 그래서 분권 교부세 방식으로 이루어진 복지사무 지방 이양은 '분권으로 포장된 복지의 포기'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행정도시에 대한 논란이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일부에서는 수도의 분할이므로 위헌이라고 반대한다. 집중과 집적의 효과를 강조하는 시각일 것이다. 분산과 균형을 강조하는 쪽에서도 문제를 제기한다. 30여 년 걸려 인구 30만 명 규모의 행정 복합도시를 건설한다더니 수도권에 매년 30만 호씩의 주택을 건설 공급하겠다는 정책은 너무 모순되지 않느냐는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오히려 수도권 역집중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불안감을 갖지 않을 수 없다. 2004년 신규 고용의 80%는 수도권에서 생겼다니 지방의 걱정은 그칠 수가 없다.

분권과 균형발전에 목을 맨 것처럼 보이는 참여정부에서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그 원인 중 하나는 정부의 통합 관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각 부처가 분권과 균형발전을 개별적으로 추진하다 보니 부처 내 다른 시책, 부처 간 시책이 충돌해도 조정이 안 되는 것이다.

그래서 행정도시 건설을 추진하는 건교부가 오히려 수도권 집중을 초래할 수도권 30만 호 주택 건설을 동시에 추진하는 모순이 저질러진다. 지방에 더 많은 권한을 주자는 지방분권이 정작 재원을 만드는 기획예산처와 재경부에 가선 예산 절감만 강조되고 지방의 실정은 외면되는 상황에 빠진다. 분권은 돌이킬 수 없는 시대정신이다. 참여정부의 최대 치적으로 권한을 아래로 나눠주고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분권형 국정운영을 꼽는 사람이 많다. 문제는 이런 분권과 동시에 통합적 관리도 제대로 돼야 한다는 점이다.

수도권 분산이 목표라면 정부의 모든 정책이 그 기준으로 관리돼야 한다. 지방이양이 신자유주의적 지방분권이 되지 않으려면 이양업무와 재정의 연계 관리 평가제가 있어야 한다. 멀고 험난한 지방분권 균형발전의 길이 답답하다.

김제선 대전참여자치연대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