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 '얼음 헤치는 유조선' 첫 수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삼성중공업이 국내 조선업체 중 처음으로 쇄빙 유조선을 수주했다. 이 회사는 러시아 최대의 국영 해운사인 소브콤플로트로부터 '극지 운항용 쇄빙유조선' 3척을 4억3000만 달러(4422억원)에 수주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번에 수주한 쇄빙 유조선은 세계 최초로 배 앞뒤에 놓여 있는 얼음을 깰 수 있는 선박이다. 얼음을 깨며 전진하다가 얼음산맥에 막혀 고립될 경우 후진으로 다시 결빙된 얼음을 깨고 나와 항해할 수 있다. 같은 크기의 일반 유조선에 비해 가격이 3배 이상 높은 고부가가치 특수 선박이다.

지금까지 극지방에서의 원유 운송은 쇄빙선과 유조선이 선단을 이뤄 해왔으나 경제성이 떨어져 앞으로는 얼음도 깨고 원유도 운송하는 다목적 쇄빙 유조선에 대한 수요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 쇄빙 유조선은 러시아 북부 북극해의 바랜디 유전과 무르만스크 항구 사이의 바렌츠해를 오가는 항로에 투입될 예정이다.

바렌츠해는 연간 최저 기온이 영하 45℃에 달하고, 연중 200일 이상 바다가 1.5m 두께로 얼어붙는 극한 지역이다. 고유가로 러시아 북극해 지역의 유전 개발이 본격화되고 있어 2015년까지 최소 20척 이상의 쇄빙 유조선 발주가 이어질 전망이다. 러시아 북극해 지역에는 원유와 가스가 대량 매장돼 있지만 극한 환경 때문에 개발이 지지부진했다.

삼성중공업 김징완 사장은 "쇄빙 유조선 수주로 극지 유전 개발과 관련된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됐다"며 "쇄빙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도 개발해 극지 유전 개발 선박시장 공략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최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