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성년」의 과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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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스무번째로 맞는 「수출의 날」은 이제 우리의 수출도 성년의 품도와 자전력을 확립하는 계기가 되어야한다.
지난64년 1억달러의 수출을 이룩한 이래 20년동안 걸어온 수출의 길은 흔히 국외자들에의해 경이와 찬탄의 대상이 되어왔으나 수출역군들에게는 실로 표현키 어려운 노고와 투쟁의 연속이었음을 모르는 사람은 드물다.
그리고 그런 난관을 넘어서서 쌓아올린 크고 작은 수출탑들은 오늘에 이르러 거대한 성곽으로 축성되었고 우리경제의 움직일수 없는 교두보로 자리잡고 있다.
경제성장을 이끌어온 주역의 가운데 자리를 수출역군들이 차지하는데는 이론를 제기할 사람이 없다.
다만 우리는 지난20년간 앞만 바라고 뛰어온 수출의 길을 이제 성년의 날을 맞아 잠시 뒤돌아보고 앞으로의 도정을 가능해 둘것을 권하고 싶다. 물론 그것은 우리의 수출이 더이상 성장의 견인력을 맡을수 없을것이라는 소극적 이유에서가아니라 수출을 둘러싼 안과 밖의사정이 지난 20년간 너무도 크게 변모된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이다.
여러 수출관계자들이 느끼고 있듯이 우리의 수출은 80년대 들어 점점더 분명히 감지될수 있는 내적장애에 자주부닥치고 있다. 그것은 비록 여러 형태로 나타나고는 있으나 장애의 기본성격은 하나의 줄기로 집약된다. 우리의 수출산업이 안고 있는 구조적 제약이 그것이다. 70년대를 일관해서 줄곧 20∼30%를 웃돌았던 수출신장률이 지난해를 전환점으로 한자리 숫자로 급전한것은 수출주도의 우리경제로서는 크나큰 충격이었다. 2차석유파동의 후유증이 가장 크게 확산되었던 싯점이라는 특수한 사정을 고려에 넣더라도 그 충격은 감당하기 어려웠다.
특히 우리는 중화학건설에 치중했던 70년대 후반기 이후 세계경기의 퇴조를 맞게 되어 그 충격의 심도가 한층 더했다. 역점을 두고 건설했던 중화학의 수출이 막히고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경공업제품은 또 그나름으로 경쟁력이 떨어져 수출의 주종부문이 동시에 타격을 받게 된 것이다.
전문가들의 일치된 전망은 세계경기가 완만하나마 회복세에 들어있고 내년에는 5∼6%의 세계무역 신장을 예고하고 있다. 이같은 선진국 중심의 경기회복이 우리의 수출드라이브에 새로운 활력소가 될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우리로서는 이 2년째의 어려운 무역전쟁을 겪으면서 우리의 현실과 잠재능력을 새삼 점검해보는 계기를 가져야한다.
아직도 우리의 수출주종 산업은 섬유와 전자, 신발류등의 경공업제품들이다. 이들의 문제는 흔히 주장되듯이 그것이 노동집약적이라는데 있지않고 기술집약도가 낮은데 있다는 점을 새삼 지적하고싶다. 부존자원을 포함한 여러 여건들을 고려할때 우리의 전략부문은 상당기간 계속 이들 경공업제품들에서 찾아질수밖에 없는 현실은 인정해야한다. 다만 이같은 수출패턴은 가득율이 낮고 경쟁이 격심하며 앞으로도 수출여건이 더욱 악화될것이 분명하다.
때문에 우리가 경쟁력을 높일수있는 전략부문에 대해 집중적인 기술개발과 품질개선을 추진해서 비경쟁수준으로 높이는 길이 시급하다. 그것은 중화학처럼 대규모의 투자와 지원없이도 적절한 정책노력과 전략화수단의 개발로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80년대 또 하나의 제약은 선진국들의 보호장벽이나 이는 단시일안에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합작투자와 현지진출, 구상무역과 수출입연계를 최대한 활용해서 보호의 벽을 하나씩 넘어서는 길밖에 없을 것이다. 성년이후의 수출은 보다 견실하게 내적성숙의 기반위에서 다져지는것이 온당한 길임을 거듭 지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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