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적인 수면은=아이는 밤에 자다 깨는 일이 흔하다. 실제 갓난아기들은 수시로 자다 깨다를 반복하고, 성장하면서 횟수가 줄어든다. 5세쯤 되면 매일 밤 수면 도중 깨서 울거나 부모를 찾는 경우가 5명 중 한 명꼴.
낮잠 양상도 변한다. 낮에 깨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횟수가 줄면서 밤에 잠자는 시간이 길어진다. 통상 낮잠 횟수는 생후 6개월만 돼도 하루 두 번으로 줄고, 15개월 이후엔 한 번으로 족하다. 4세 땐 주 5일, 5세 땐 하루 걸러 한 번만 낮잠을 자면 된다.
삼성서울병원 소아정신과 정유숙 교수는 "백일만 지나도 밤 수면이 한 번에 8시간까지 길어진다"며 "사람은 지속적인 수면을 해야 지속적인 각성도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수면일기를 작성하자=아이의 잠투정이 부모가 짜증낼 정도로 수면을 방해할 경우엔 1~2주간 아이의 수면일기를 적어봐야 한다. 아이가 몇 시에 잠자리에 드는지, 잠들기까지의 과정, 밤에 몇 번이나 깨는지, 아이가 깼을 때 부모가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깬 후 다시 잠들 때까지의 과정 등을 기록해야 하는 것. 물론 낮잠에 관한 정보도 필요하다.
아이의 낮 동안 활동 상황도 수면 문제를 해결하는 단초가 된다.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일 경우 하루 일정은 물론 선생님.친구 등과의 관계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신체적 불편함을 찾는다=서울대병원 소아과 고재성 교수는 "영.유아기 때 잠투정이 심하면 수유가 제대로 됐는지, 코가 막혀 숨쉬기가 불편하진 않은지, 열이 나는지, 질병은 없는지 등 신체 이상을 살필 것"을 권했다. 아이의 성격이나 예민함도 원인이 된다. 천성이 까탈스럽거나 부모와 떨어져 자는 것에 대한 두려움, 귀신.천둥.도둑 등 공포감도 수면을 방해하는 요인이다.
잠자리엔 쉽게 들지만 한밤중에 갑자기 깨 큰 소리를 지르거나 우는 '악몽증'어린이도 있다. 이땐 아이에게 "왜 그래!"하고 다그치지 말고 "괜찮다"며 안아주면 곧 잠에 빠져든다.
한밤중에 일어나 한동안 비명을 지르고 발길질 등 거친 행동을 보이는 야경증, 자다가 걸어다니는 몽유병을 보일 땐 아이가 다치지 않도록 주의한다.
◆수면일기에 답이 있다=어린이 수면장애 치료의 첫걸음은 부모의 여유다. 성장기 수면 문제는 흔하며 대부분 자라면서 좋아지기 때문. 그래야 아이를 대하는 태도도 변하고 아이도 그 영향을 받는다.
아이의 기상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수면일기를 보며 식사.낮잠 시간 등 전반적인 생활리듬을 바로 잡도록 한다.
또 부모의 취침시간이 늦거나 아이가 잠든 시간에 불을 켜고, 소리나는 활동(TV 시청 등)을 삼가야 한다.
잠투정이 심하더라도 부모는 아이를 혼자 잠자리에 들도록 습관 들여야 한다. 정 교수는 " 아이가 잠들 때까지 함께 있는 것은 괜찮지만 아이와 함께 눕지는 말라"고 조언했다. 또 숙면을 방해하는 스트레스 상황이나 공포심을 일으키는 만화.영화.TV시청 등은 멀리하도록 유도한다. 몽유병이나 야경증은 성장하면서 서서히 사라진다. 어린이 수면장애 치료를 위한 약물은 증상이 잦거나 심해 일상생활을 방해할 경우에만 선택적으로 사용한다.
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