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운 정책토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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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5차 5개년 계획 수정작업의 막바지 진통이 한창이다.
그 정도가 좀 심해서 부처간에 얼굴을 붉히는 일까지 생겨나고 있다.
좋은 일이다. 중요한 일일수록 격렬한 토론을 거치고 많은 이견이 쏟아져 나와야한다.『쉬쉬』하던 종래의 밀실정책태도에 비하면 상당한 변화요,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러나 최근의 「잡음」 은 그게 아니다. 총괄부처와 주무부처가 서로 다른 내용의 보도자료를 기자들에게 배포하는가하면 어떤 부처는 자료배포는 커녕 정책 협의회가 열린다는 사실자체를 숨기는 촌극(?) 까지 벌어졌다.
어느 쪽이 옳든 그르든 간에 국민들에게 비취지는 결과적인 모습은 「매우 비신사적인 플레이」를 하고있다는 인상을 지을 수 없게 되어버렸다.
수정작업의 내용을 가지고 떳떳하게 싸우고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입장을 먼저 염두에 두고 신문에 발표하느냐 마느냐, 누가 발표하느냐, 어느 선까지를 발표하느냐 등에 더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이다.
뭔가 새롭게 바뀌는 내용을 담아보겠다는 기획원의 「의욕」이나, 가급적 부작용과 문제를 불러일으킬 만한 불씨는 피해야 한다는 주무부처들의「현실론」은 오히려 당연한 것이다. 격렬한 토론을 거쳐 바로 그러한 시각차이를 좁히고 잘 조화시키는 것은 바로 최선의 정책 결정태도다.
그래서 분야별 실무계획만을 편성, 초안을 만들었고 그것을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정책협의회 토론자료로 삼았던 것이다.
또 그 초안을 신문지상에 미려 발표하겠다는 계획도 비판을 받든, 칭찬을 받든 국민들의 여론을 수렴하자는 뜻이었으리라.
이 같은 태도는 정부 마음대로 일방적인 결론을 내지 않고 신중하게 대처하겠다는 것이므로 마땅히 박수를, 받을만한 변화다.
중학교 의무교육문제만 하더라도 5개년 계획 수정작업과 관련해서 경제기획원은 이 소리를, 문교부는 저 소리를 했었다. 아직도 정부의 최종방침이 결정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일에 정작 놀라고 당황해 한 것은 정부안의 당사자들이었다. 그들은 그것(자기네들의 견해차이)을 하나의「사건」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무엇보다 이런 경험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박수를 보내려고 손을 채 들기도 전에 다시 소심해지고있는 것이다. <이장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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