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과학 칼럼

오감(五感)이 있는 로봇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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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인간은 시각.촉각.청각.후각.미각이라고 하는 오감을 갖고 있다. 음악가나 요리사 등은 예외이겠지만 제조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은 주로 시각과 촉각을 사용한다. 소음방지용 귀마개를 하는 데도 많다. 로봇은 산업용 로봇에서 시작해 작업자처럼 시각과 촉각센서가 먼저 개발됐다. 최근 지능형 로봇은 인간의 말을 알아듣기 위해 청각이 추가돼 아직 오감이 아닌 삼감을 가진 로봇이 주종이다.

초기 산업용 로봇은 아무런 센서 없이 입력된 움직임만 따라하던 시절이 있었다. 당연히 충돌사고가 났고 그 후 카메라라는 로봇 눈을 사용하게 됐다. 인간은 팔 움직임의 정밀도가 떨어지므로 보통 눈만으로는 90% 정도 작업 정밀도를 가지며, 여기에 손의 촉각을 이용해 마무리하곤 한다. 시각 정밀도에 대해서는 로봇이 인간보다 훨씬 우월하다. 그러나 인간의 눈은 초점 부분만 정확히 보고 나머지는 대충 보이는 특성이 있다. 이런 특성은 로봇에게도 필요하다. 중요하지 않은 부분까지 컴퓨터가 계산하면 계산량이 많아 로봇 반응이 느려진다.

촉각은 산업용 로봇뿐 아니라 인간과 함께 생활하는 홈로봇의 경우에도 중요하다. 접촉사고를 방지하고 인간과의 스킨십을 위해서다. 로봇도 인간 피부처럼 촉감을 느끼는 센서 피부를 입혀 사용한다. 쓰다듬으면 애완동물처럼 반응하는 로봇은 이미 환자나 노약자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청각 기능은 로봇이 인간과 대화하고 반응하기 위해 앞으로 더욱 중요하다. 미리 입력된 명령어 몇 개를 알아듣는 수준을 넘어 다양한 단어를 이해하고, 심지어 인간처럼 동시에 여러 사람과 대화할 경우에도 다 알아듣고 순차적으로 대답하는 기능을 선보였다. 다양한 언어통역 기능을 가진 로봇도 있다. 우리 귀에는 달팽이관이 있어 문제없이 서 있고 움직일 수 있는 평형감각을 유지해 주고 있다. 로봇에 이 기능이 없으면 인간처럼 유연한 동작을 할 수 없다. 로봇은 가속도 센서와 자이로 센서를 사용해 각각 직선과 회전운동 균형을 잡는다. 이 센서를 인간의 감각기관처럼 초소형으로 만들기 위해 오랫동안 노력했는데 아직도 신뢰성이 충분하지 못하다. 이러한 기능이 없으면 로봇은 마룻바닥이나 모래밭길을 걸어갈 수조차 없게 된다.

나머지 후각과 미각은 로봇과 무관한가? 그렇지 않다. 다만 그동안 사용처가 없어 개발이 늦어졌다. 후각은 화학 센서 발달에 힘입어 쉽게 로봇에 적용할 수 있다. 거실에서 담배 피우는 손님을 로봇이 냄새를 맡고 다가가 공기를 정화시키는 공기 청정로봇이나 장난감 로봇에 부착할 수 있겠다. 미각 센서는 아직까지 개발이 잘 안 된 분야다. 최근 눈으로 와인이나 쇠고기, 과일의 신선도와 맛을 알아내는 로봇이 개발됐고 인간의 미묘한 미각 특성을 분석해 센서화하기도 했다. 이를 주방용 가전로봇에 접목해 가정주부를 돕는 로봇이 나올지도 모른다.

끝으로 우리는 육감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곤 한다. 각자 이제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생긴 독특한 직관이라고 본다면 로봇의 경험은 프로그램에 저장된 데이터일 것이며 이를 바탕으로 육감까지 가지려면 아직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박종오 전남대 교수·기계시스템공학부, 세계로봇연맹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