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에 그친 「레이거 노믹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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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2년10개월전 「레이건」정부의 출범과 함께 미국에서 화려하게 등장한 공급학적경제학(SSE)이 이제 완전히 퇴색해버린 느낌이다.
미국경제는 작년4·4분기를 깃점으로 강한 회복세로 반전됐다. 「레이건」정부의 경제정책성과를 나타내는 듯하지만 실상은 감세→저축증가→설비투자→확대생산성향상이라는 SSE의 시나리오와는 판이하게 다른 결과였다.
한때 판을 치던 서플라이사이더 (SSE를 주장하는 경제학자)도 1년전부터는 자취를 감춰버려 학계에서나 금융계뿐아니라 정부안에서도 찾아볼수가 없게되었다.
『여자 스커트처럼 한때의 유행에 지나지않는다』고 평가한 MIT의 「새뮤얼슨」교수의 말이 그대로 적중한 셈이다.
「레이건」정부가 탄생할당시 미국경제는 두자리수의 인플레, 공전의 고금리에 마이너스성장으로 최악의 상황에 처해있었다.
SSE로 이론무장한 「레이거노믹스」의 요체는 한마디로 생산의욕을 고취시켜 경제회복을 기한다는 것.
그이후 3년동안 계획이 달성된 것은 물가안정뿐이었다. 심각한 불황을 경험했고 실업률은 한때 10%를 넘어섰다. 재정적자는 당초계획과 엄청난 차이를 보여 84회계연도의 재정흑자계획마저 정부자신이 포기한 사태다. 따라서 「서플라이 사이더」에 대한 평가가 하락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그러나 미국경기는 올봄이래 회복세로 반전했다. 지난2·4분기엔 전기비년 율9.7%의 고성장을 기록했다.
이같은 회복이 「서플라이사이더」들이 그려낸 설계도대로 이루어진 것이라면 SSE의 「복권」은 가능하겠지만 현실은 전혀 달랐다.
경기회복은 전적으로 개인소비와 주택건설의 확대에 기인한 것이었다. 3년간의 감세로 소득이 늘어난 개인은 이상고금리가 시정되자 내구소비재의 구입과 주택건설에 주력했다. 올2·4분기의 저축률은 4%로 75∼81년의 실적인 8.5∼5.9%보다 오히려 낮았다. SSE가 계획했던 저축→설비투자증대가 아니라 소비증가→생산증가라는 고전적인 경제형태로 반전한 결과였다.
원인이야 어떻든 이같은 경기회복은 84년 대통령선거를 앞둔 「레이건」측에게는 하나의 행운으로 작용할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레이건」은 이젠 SSE에 대해선 일언반구의 언급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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