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 장점 잘 아는 새 주인 만났으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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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일렉의 강점은 높은 브랜드 인지도와 잘 갖춰진 영업망.AS망이다. 이를 잘 살릴 수 있는 새 주인을 찾는다면 제 2의 도약이 가능하다고 확신한다."

이승창 대우일렉트로닉스 사장(사진)은 6일 회사의 앞날에 대해 이같이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자산관리공사 등 대우일렉의 채권단운영협의회는 4일 ABN암로.삼일회계법인.우리투자증권 컨소시엄을 대우일렉의 매각 주간사로 내세워 대우일렉의 매각작업에 들어갔다. 주간사는 매각가치 산정을 위한 실사를 거친 뒤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해 내년 9월까지 매각을 완료할 방침이다.

이 사장은 "가전 제품의 판매 조직은 단기간에 갖출 수 없다"며 "옛 대우전자 시절 냈던 6조원이 넘는 손실 가운데 절반 정도는 경영진의 잘못된 결정 탓에 날려버린 부분이라고 해도 나머지 절반은 이같은 조직과 노하우를 얻기 위해 투자한 비용"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연간 20억원의 비용이 들어가는 베를린 지사를 20년 넘게 운영해 온 것을 예로 들며 "지금부터 인력과 비용을 투자해 이런 조직을 갖추려면 얼마가 들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대우전자 가 '밀림에 오솔길을 내는 식'으로 개척한 해외시장에서 지금 다른 한국업체들이 '아스팔트를 깔고 싱싱 달리고 있다'고 비유했다.

이 사장은 "대우일렉이 독자 생존에 성공하면 해외 영업망을 적극 활용해 국내 중소 가전업체의 생산품 판매를 대행하는 역할을 맡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가전은 6개월~1년 단위로 신제품을 내 놓아야 하는데 아무래도 채권단 관리하에서는 지속적으로 과감하게 투자하기는 어렵다"며 "새 주인을 찾아 연구개발(R&D)를 제대로 하면 회생은 빠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사장은 중국 가전업체의 대우일렉 인수설에 대해 부정적이다. 하이얼 등이 인수할 경우 디자인과 브랜드 등만 살리고 국내 생산 공장이나 해외 영업인력은 사장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 사장은 "채권단이 결정할 부분이지만 비슷한 수준의 매각 대금을 제시한다면 해외의 구조조정 전문펀드나 유통관련 기업을 선택하는 것이 대우일렉의 앞날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1977년 공채로 대우에 입사한 이 사장은 28년 동안 대우에 몸을 담았다. 대우일렉 전략기획본부장 겸 해외사업본부장을 지낸 그는 8월 사장에 선임됐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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