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윤철 감사원장 "임무 마친 공기업 사라져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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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윤철(얼굴) 감사원장은 3일 "역사적 임무를 마친 공기업은 사라져야 한다"고 밝혔다. 전 원장은 이날 취임 2주년(11월 11일) 기자간담회에서 "1960~70년대 개발의 필요성에 의해 생겨난 공기업들은 역할과 기능을 다시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공공부문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며 "역사적 기능과 임무를 마친 공기업은 타율보다 자율적으로 혁신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전 원장은 "민간부문에선 혈투를 벌이고 있는데 공공부문은 기업가 정신이 부족하다"며 "불필요한 분야의 자회사를 설치하고 민간 분야에서 이미 참여한 부문까지 뛰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런 방식으로 하면 공기업은 100전 100패라고 본다"고 공기업의 미래를 진단했다. 또 "노조와 적당히 협조하면서 방만하게 기업을 이끌려는 공기업들은 감사원 차원에서 용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전 원장은 퇴출 가능성이 있는 공기업이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에 "개발연대인 1960~70년대에 (공기업이)필요했던 요건과 현재의 요건들을 비교해 보면 추측이 가능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감사원은 9월부터 350여 개의 공기업과 그 자회사를 감사하고 있다.

전 원장은 남북협력기금 운용은 감사하지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그는 "남북협력기금이 투명하게 운영돼야 하지만 남북 문제라는 특수성도 있고, 북한과 관련된 문제는 확인할 수 없는 현실적인 문제로 감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오정희 감사원 사무총장은 "현대가 북한에서 기금을 어떻게 썼느냐는 것을 감사원이 확인하기가 불가능하다"며 "어떻게 보면 개인 CEO(최고경영자)가 저지른 비리 성격이기 때문에 감사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전 원장은 "앞으로도 대학 구조조정, 건강보험 문제 등 감사할 문제가 부지기수"라며 "특히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중앙정부의 통제가 약해진 지방자치단체에 대해서도 감사를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 원장은 감사원을 국회에 소속시켜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한국에는 10년간 지탱한 정당이 없을 정도로 정파 간 이해관계가 복잡해 감사원이 국회로 넘어가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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